[玄회장, 金위원장 면담] 현대 대북사업 독점권 재확인 가능성
수정 2009-08-17 00:26
입력 2009-08-17 00:00
玄·金 무슨 얘기 나눴을까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현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000년 합의한 현대아산의 7대 대북 사업 독점권을 재확인하고,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 피격사건에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레 점쳤다. 또 김 위원장이 지난해부터 중단된 금강산·개성 관광의 재개를 희망하고 남북 경색 국면 속에서도 현대와의 경협 사업 의지를 강조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면담에 이어 현 회장과 오찬을 가진 것으로 볼 때 막판 분위기가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려운 남북 상황에서도 현대와는 지속적인 경협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김 위원장이 면담 자리에서 현대그룹의 선임자에 대해 감회 깊이 추억했다는 점에서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부터 정몽헌·현정은 회장에 이르기까지 현대가(家)의 그간 남북 경협사업에 대한 의리에 감사함을 표시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다만 “5전6기 끝에 성사된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의 면담이 얼어붙은 남북 경협 및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순 있지만, 향후 이명박 정부가 기존의 대북정책을 고수할 경우 양측이 이날 면담을 통해 얻은 공감대는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문제는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의 면담 내용에 대한 우리 정부의 호응 정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우리 정부의 기본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두 사람의 면담 사실이 보도된 뒤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이 대북 사업 재개에 합의한다 해도, 사업 재개의 결정권은 우리 정부가 갖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남측 관광객의 신변 안전 등이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대북 사업 재개는 남측 사업자(현 회장)와 북측 정부가 아닌 남북 정부간 합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두 사람의 면담에서는 금강산·개성 관광에 대한 포괄적 수준에서의 논의 등 의례적인 얘기들이 오갔을 가능성이 커 구체적인 성과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통해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의 이행 등을 언급하며, 우리 정부에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북 전문가들은 이날 면담에서 현 회장이 김 위원장에게 체제 비난 등의 혐의로 136일간 북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의 석방 조치에 대해 일정한 사의를 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정부가 현 회장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현안을 적극 풀어나가자는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하려던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이 이에 어떤 구상을 밝혔는지도 주목된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09-08-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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