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진단] 횡령 재벌 A·B회장 양형기준 따졌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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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8-03 00:46
입력 2009-08-03 00:00

액수별 유형분류 뒤 감형·가중 적용… 기존 ‘징역 3년·집유 5년’보다 중형

#사례1. 국내 재벌 총수 A 회장은 900억원대 회사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사재 수천억원을 들여 사회공헌활동을 약속한 점 등이 참작됐다.

#사례2. 또다른 재벌기업의 B 전 회장은 비상장사와 계열사 등을 이용해 부외자금을 형성, 286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적용됐다. 법원은 B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횡령액을 모두 반환한 점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했다.

●화이트칼라 범죄 형량 대폭 강화

국민들은 재벌 총수들에게만 적용되는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공식이 낯설지 않다.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문구는 ‘있는 자’들의 판결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하지만 새 양형기준에서는 횡령·배임 등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형량을 대폭 강화했다. 과연 양형기준안대로라면 이들에게 더 엄한 형이 선고될지 실제 사례에 적용해봤다. 양형기준안은 횡령·배임 액수에 따라 제1(1억원 미만)~5유형(300억원 이상)까지 분류하고, 다시 여기서 양형 인자를 따져 형을 감경 혹은 가중하도록 했다.

A 회장의 경우 횡령액이 900억원대라 제5유형에 속하고, 기본형은 징역 5~8년형이다. 감형 인자는 ▲일부 범죄는 사후에 보고받아 범행 가담 정도 미약 ▲피해액 상당부분 회복 등이다. 가중 인자는 ▲거액을 장기간 빼돌려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 ▲부하직원에게 지시해 계획적으로 횡령 ▲주주의 피해 야기 등이다. 가중 인자가 한 개 더 많기 때문에 가중 영역(징역 7~11년)에서 형을 선고해야 한다. 작량감경을 해도 징역 3년6월이기 때문에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해진다.

B 전 회장은 제4유형(50억~300억원)에 속하고 감경 인자는 ▲부외자금을 조성한 비상장사가 사실상 1인 회사나 B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가족회사 ▲피해액 상당부분 회복 등이다. 가중 인자는 ▲거액을 10년에 걸쳐 빼돌려 범죄 수법이 매우 불량 ▲피지휘자를 시켜 부외자금 조성 등이다. 감경 인자와 가중 인자 개수가 같기 때문에 기본형인 징역 4~7년형 중 선고하게 된다. 이렇듯 양형기준을 계산하는 방식은 양형 인자가 직접적 행위에 대한 것인지 여부 등에 따라 중요도가 다르게 적용되는 데다 B 전 회장처럼 다른 범죄까지 경합된 경우라면 더욱 복잡해진다.

양형기준 자동연산 프로그램에 판사들 큰 호응



이에 최근 수원지법 안산지원 이태웅 판사는 ‘양형기준 프로그램’을 만들어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올렸다. 해당 범죄를 선택한 뒤 양형 인자를 고르면 어느 영역에 해당하는지가 자동연산되는 프로그램이다. 복잡한 양형기준안에 골치를 앓던 판사들은 이 프로그램에 큰 호응을 보내고 있고, 실제 선고 형량을 정하는 데 요긴하게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9-08-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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