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쇄신 물꼬트나] 檢 ‘박연차 역풍’ 잔인한 6월
수정 2009-06-04 00:50
입력 2009-06-04 00:00
임채진 총장 사표… 3개월 수사 실패로 마무리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포괄적 뇌물’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리고 측근·가족을 샅샅이 뒤지는 ‘먼지털이’식 수사로 숨통을 조인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천 회장에 대한 수사는 피의자에게 온갖 편의를 봐주며 진행해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내용상으로도 수사팀 내부에서조차 “법원의 기각 사유를 보면 천 회장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못할 정도”라는 자조 섞인 성토가 터져나오는 수준이다.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 있는 수사를 그토록 강조했던 검찰이 ‘정치검찰’, ‘표적·편파수사’라는 굴욕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대검 중수부는 그래도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사에 협조적이었던 참고인들마저 입을 굳게 다문 상황에서 검찰이 의미있는 수사결과를 이끌어 낼 가능성은 낮다. 또 검찰 수사과정의 난관뿐만 아니라 밖으로부터의 공격도 무시할 수 없다. 임 총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했지만 검찰 주변과 정치권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임 총장에게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이어갔던 중수부 수사라인과 검찰을 지휘했던 김경한 법무부장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현재까지 임 총장 외 사직서를 제출한 대검 간부는 없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측은 사의를 표명한 임 총장을 거듭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거로 중단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사실상 실패로 끝난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대한 수사뿐만 아니라 이른바 ‘리스트’에 대한 수사와 재판도 미궁에 빠질 공산이 크다. 박 전 회장 등 주요 피의자 및 참고인들이 기존의 진술을 번복하거나 입을 다물어 버리면 공판과정에서 검찰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노 전 대통령·세무조사 무마로비·정관계 리스트 수사가 모두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요란하게 시작했다 전직 대통령만 죽여 놓은 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오이석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09-06-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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