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변호사 1만명 시대를 맞이하여/금태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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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5-18 00:00
입력 2009-05-18 00:00
최근 언론에 변호사 업계의 불황이 크게 보도됐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를 피해 나갈 수 있는 직종이 어디 있겠느냐만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게 늘어난 변호사 숫자로 말미암아 우리나라의 변호사들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도된 사례 중에는 월 200만원의 보수를 주기 어렵다는 말에 사무실을 그만두고 결국 중소기업에 취업한 고용변호사, 아이들 학원비를 벌기 위해서 부인이 파출부로 나가는 변호사, 심지어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야반도주한 변호사의 이야기까지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범죄를 저지른 변호사에 관한 기사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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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변호사
금태섭 변호사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변리사·법무사·세무사 등 다른 직역으로부터의 공격, 외국 로펌이 국내에 자문사를 둘 수 있도록 한 법안의 통과 등도 거론되지만 무엇보다도 개업 변호사 숫자의 급증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소수의 엘리트 집단으로 인식되던 변호사의 숫자가 1만명에 이르게 되면서 예전과 같은 경제적 여유를 누리기 어려워진 것이다. 몇 년 후 로스쿨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 해에만도 불황으로 휴업을 한 변호사가 138명에 이른다고 하니 앞으로는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일을 못하는 변호사가 드물지 않을 것이다.

변호사 업계의 불황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도 그리 곱지만 않다. 다른 분야가 어려움을 겪을 때에는 원인 분석에 이어 극복을 위한 대책이 제시되는 것이 보통인데 변호사에 대해서는 ‘대중화 시대의 한 직업인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에 그칠 뿐이다. 일반의 여론도 별로 다르지 않다.

여기에는 우선 변호사들 스스로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시험이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여겨지던 시절, 변호사들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기업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라는 구호와 함께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동안 법조계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채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이 ‘너희도 한번 당해 봐라.’라는 냉대를 받게 된 것이다. 변호사들 스스로의 반성과 변화가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원래 변호사 숫자를 늘리자는 주장의 근거는 단순히 변호사들의 경제적 형편을 어렵게 만들어서 반성의 계기를 마련하거나 혹은 경쟁을 통해서 소수의 우수한 자원을 제외한 나머지 변호사들을 도태시키자는 것은 아니다. 보다 많은 법률전문가를 보유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에서 손쉽게 자문을 얻을 수 있게 하고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법률적인 조력을 제공함으로써 소외된 계층에게 혜택을 주자는데 본 뜻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변호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최근 몇 년간 변호사들을 채용해 국선전문변호인 제도를 도입, 운영한 법원의 조치는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변호사들에게 일정한 정도의 대우를 보장하면서 형사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오던 국선변론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주위를 돌아 보면 이러한 영역은 얼마든지 있다. 금융기관의 준법감시인, 회사의 감사 등에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활용한다면 기업이나 사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 대중화’ 시대는 이미 찾아 왔다. 늘어나는 변호사의 숫자만큼 우리 사회의 법률 서비스 수준이 향상되고 변호사들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윈윈 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금태섭 변호사
2009-05-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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