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가 해야 할 일/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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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3-26 00:14
입력 2009-03-26 00:00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결국은 대리전 양상을 띨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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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제도의 미비 때문이었다.

최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롯하여 지난 정권의 천성산 터널, 새만금 개발 등 사회갈등으로 수조원의 국가예산이 낭비되었다.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한 정부정책이 순탄하게 집행된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합의 모델을 찾기 위한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위원회가 갖는 정치적 의미는 매우 크다.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합리적 토론을 한다면 사회갈등 해소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미디어의 발전이 세상과 권력구조를 바꾸고 있다. 더이상 정치엘리트의 권력은 여론을 주도하지 못한다. 이제 사회여론은 누가 말했는가보다 무엇을 말하는가에 따라 향방을 달리한다. 지난해 촛불 여론을 확산시킨 ‘대통령 탄핵’ 청원을 주도한 이는 한 고등학생이었다. 촛불정국이 오래 지속된 것은 이처럼 시민에게로 옮겨 간 권력이동의 실체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식엘리트의 권위도 예전만 못하다. 지식생산이 더 이상 전문가들의 고유 권한이 아니며, 지식인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발언의 권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위키피디아나 네이버 지식인에서 일반인들이 보여주는 ‘집단지성’의 힘이 오히려 전문가 지식을 능가하고 있다.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의 힘은 어떠했던가?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경제장관들이 수도 없이 외쳤지만 미네르바의 한마디 한마디에 시장은 요동쳤다.

그는 소위 말하는 경제전문가와는 거리가 먼 공업전문대 졸업생이었다. 이는 지식권력의 붕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세상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도 위원들의 지식을 모으기보다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찾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적 지식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시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미디어 발전을 위한 지혜로운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위원회가 각고의 노력 끝에 합의안을 도출할지라도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또 다른 사회갈등을 만들 뿐이다.

지난 정권에서 수많은 위원회가 운영되었지만 사회갈등 해소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미디어 위원회의 성공 여부는 이들이 만든 합의안이 여론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위원회 회의를 공개할 것인가, 청문회는 몇 차례 가질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다.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제껏 정부의 일방적 정책결정은 사회갈등을 양산했다.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도 별다른 소용책이 되지 못했다. 시민들이 ‘대표자’에게 부여하는 권력과 권위가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회의는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인터넷 생중계도 허용해야 한다. 발전된 미디어 기술을 활용하여 논의 과정을 드러내고 여기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어야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다만 회의 공개가 소모적 갈등이 아닌 집단지성을 찾는 길이 되려면 위원들의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터넷 생중계하면서 턱하니 게시판 하나 만들어 놓아서는 제대로 된 토론이 될 수 없고 집단지성도 찾을 수 없다. 위원들이 토론에 필요한 자료를 올려놓고 온라인 토론 사회도 보아야 한다. 때로는 위원들이 쟁점을 정리하면서 직접 토론에 참가할 필요도 있다. 이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09-03-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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