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출혈경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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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3-26 00:48
입력 2009-03-26 00:00
휴대전화 고객 확보 경쟁이 다시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 염려할 수준이 아니다.”며 느긋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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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들이 올해 들어 ‘번호이동’(현재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통신사를 바꾸는 것) 고객과 ‘010 신규’(기존 번호를 해지하고 새 통신사가 부여하는 번호를 쓰는 것)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뿌리면서 ‘공짜폰’을 넘어 ‘마이너스폰’까지 등장했다. 마이너스폰은 고객이 돈을 내고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1~4만원을 받고 가입하는 휴대전화를 말한다.

이통사 대리점이나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은 직접 현금을 주지 않고 마이너스 금액 만큼의 액세서리(차량용 충전기, 블루투스, 스피커, 메모리카드 등)를 주거나 가입비(SK텔레콤 5만 5000원, KTF·LG텔레콤 3만원)를 면제해 준다.

●판매점에 주는 보조금만 대당 60만원

서울신문이 25일 유명 휴대전화 쇼핑몰인 세티즌에서 팔리고 있는 이동통신 3사의 단말기 108개(중복 판매 포함)를 분석한 결과 마이너스폰은 20개였고, 공짜폰은 33개였다.

SK텔레콤의 79개 기종 가운데 12개가 마이너스폰이고, 15개가 공짜폰이었다. KTF(판매 기종 34개)는 마이너스폰이 4개, 공짜폰이 10개였고, LG텔레콤(판매 기종 35개)은 마이너스폰이 4개, 공짜폰이 8개였다.

마이너스폰이나 공짜폰은 대부분 출고가격이 40만~50만원이었다. 가입비와 마이너스 비용까지 이통사가 떠안는다고 보면 이통사가 판매점에 주는 보조금(리베이트)은 대당 60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대리점과 TV홈쇼핑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마이너스폰까지 등장한 것은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마케팅 경쟁 소비자 부담으로

통신업계서는 이같은 경쟁이 지난 2월 후발 사업자인 LG텔레콤이 번호이동 고객을 대거 확보하자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010신규 고객 확보에 안간힘을 쓰면서 촉발됐다고 보고 있다. LG텔레콤은 최근 SK텔레콤이 고객을 확보하면서 KTF 고객보다 자기 고객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주며 빼앗아가고 있다며 방통위에 신고했다. KTF가 KT에 합병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케팅 경쟁은 일부 신규 고객에게는 좋을 수 있으나 대다수 기존 고객은 통신비 상승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통신사의 기술개발 여력도 줄어 서비스의 질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통 3사는 지난해에만 매출액의 30%에 육박하는 5조 9470억원을 고객 빼앗기에 쏟아부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장을 주시하고 있지만 2~3년 전에 비해 심하지 않다.”면서 “당장 규제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고 말했다. 명백한 약관 위반인 가입비 면제에 대해서도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9-03-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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