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부모 모습에서 자녀는 인생을 배운다/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수정 2009-03-06 01:18
입력 2009-03-06 00:00
그런 어머니께서 열일 제쳐 두고 선생님을 꼭 찾아 뵙는 때가 있었다. 학년이 끝나거나 졸업을 하거나, 학기 중에 담임선생님이 전근을 가시게 되면 어머닌 반드시 선생님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렸다. 그동안 자식을 바르게 잘 가르쳐 주신 것에, 또 그간 부모로서 찾아 뵙지 못한 것에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한 것이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내게 ‘네가 바르게 자란 이유를 알겠구나.’ 하시며 고마워하셨는데, 커서 생각해 보니 어머니 같은 학부모는 드물었던 것 같다.
20년 넘게 부모 노릇을 하는 동안 어린 시절 다짐과는 달리 자식들 학교에 자주 가지 못했다. 사회생활을 하느라 엄마가 참여해야 할 학교행사에 못 가서 아이들이나 내 마음이 아픈 적이 더 많았다. 그러나 나 또한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들 선생님을 꼭 찾아 뵙는 때가 있는데, 바로 아이의 학년이 끝나거나, 졸업을 하거나, 학기 도중에 선생님이 전근 가실 때였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학기 초에 가야 효과(?)가 있다.’고 조언하는 학부모도 만났고, 전근 가시는 선생님을 찾아 뵙자고 하면 ‘새 담임선생님이 오시면 가자.’ 는 학부모도 만났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여간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다. 더욱이 이것이 똑똑한 처신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들이 생각하는 효과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행동이 정말로 자녀에게 득이 되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 부모의 모습에서 자녀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갈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성장하면서 난, 어린 시절 가졌던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이 사라졌음은 물론 오히려 그런 어머니가 훌륭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어머니를 통해 어떤 것이 인간의 도리인지 깨닫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아이들 선생님뿐만 아니라 내가 지닌 모든 관계망 속에서 어머니가 주신 교훈을 실천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부모의 모델링(modeling)은 자녀에게 그 어떤 유전인자보다도 더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잘못된 모델링은 수술해서 고칠 수도 없다. 선하고 바른 것에 모범을 보여야 자녀도 바른 행동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 가정교육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지켜야 할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가 바로 수범(垂範)이다.
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식이 너무 이기적이고 필요할 때만 부모를 찾는다고 속상해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상황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가 그렇게 자란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모의 모습은 그대로 자녀에게 전달된다. 부모가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아이들은 인생을 배운다.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2009-03-06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