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우는 체임 근로자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9-01-30 01:18
입력 2009-01-30 00:00

생계비 대부 예산고갈로 중단… 체당금 지원도 2~3개월 걸려

울산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A(35)씨는 회사로부터 3개월치 임금 450여만원을 받지 못해 최근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를 찾아 ‘임금체불 근로자 생계비’ 대출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신청자 폭주로 대출신청 접수를 중단했다는 말에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B(43)씨는 최근 문을 닫은 직장에서 발생한 체불임금 7개월분 중 3개월치라도 지원받기 위해 ‘체당금’ 지원을 신청했지만, 처리 기간이 2~3개월 걸린다는 복지공단 직원의 말에 막막함을 감추지 못했다.

급증하는 임금체불로 서민들의 가계 주름살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체임근로자 지원사업마저 예산부족과 처리지연으로 인해 화급을 다투는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일부터 전국 55개 지사에서 ‘임금체불 근로자 생계비 대부’ 신청서를 접수한 지 20일 만인 21일 올해 배정예산 200억원에 육박하는 신청자(3500여명)가 몰려 예산부족으로 접수를 중단했다고 29일 밝혔다.

정부는 1999년부터 체임 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1인당 최고 700만원 이내에서 연리 2.4%,1년 거치 3년 상환 조건으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생계비 대출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1999년 첫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한달 평균 5억~10억원이었던 대출신청이 올해의 경우 1월 접수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돼 이미 연간 예산인 200억원에 육박하면서 재원이 바닥난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예년의 신청자를 고려해 올해 2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는데, 20일 만에 1년치 예산이 바닥날 줄 몰랐다.”면서 “100억원의 추가예산을 확보해 다음달부터 접수를 재개할 계획이지만, 신청자가 너무 많아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부도난 기업체 근로자들의 체불임금 중 퇴직 전 3개월분을 대신 지급하는 ‘체당금’ 지원도 최소한 2~3개월 이상 소요되는 시간과 복잡한 절차 탓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회사가 부도날 경우 당장 생계비가 필요한데도 현장실사 등 까다로운 절차와 몇 개월씩 소요되는 처리기간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재기 울산대 노동경제학 교수는 “임금체불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지원 예산 부족 현상이 빚어진 것 같다.”면서 “근로자 복지 강화 차원에서 앞으로 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부족한 예산은 빌려서라도 시급히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2009-01-30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