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월드컵] 돌아온 ‘거미손’ 과연…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이 10일 다시 담금질에 들어간 가운데 관심사로 떠오른 얘기 한토막이다. 이운재(35·수원)는 이날 소집 장소인 경기도 파주트레이닝센터(NFC)에 도착한 뒤 “감독님으로부터 아직 신뢰를 잃지는 않았지만 뼈아픈 과거를 털고 공백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일깨우려면 여느 때보다 긴장해야 한다.”고 주전 경쟁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경쟁 상대는 띠동갑 후배인 정성룡(23·성남). 물론 이운재는 나이만큼이나 대표팀 경력에선 정성룡을 훨씬 앞선다. 특히 큰 경기에 강하다.1994년 처음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뒤 109차례의 A매치에서 잃은 골은 96개. 경기당 0.88실점에 불과하다. 그에 견줘 올 1월 A매치에 데뷔한 정성룡은 11경기에 나가 6골을 내줬다. 경기당 평균 0.55실점. 이운재보다 적지만 A매치 경험에선 턱도 없이 모자란 데다 가장 큰 고비가 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20일 새벽)의 무게가 워낙 큰 터라 이운재의 중용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그는 후배들과 함께 15일 오전 1시 같은 곳에서 열리는 카타르와의 평가전을 위해 11일 밤 출국한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해외파 5명은 현지에서 합류할 예정이다. 이운재는 “1년여만에 다시 돌아오니 조금 어색하다.”면서도 “음주파문으로 실망한 팬들께 거듭 사과를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2000년 아시안컵 이후 8년만에 허정무 감독과 감독-선수로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될 이운재는 이날 허 감독으로부터 “나가서 (술) 먹지 마라. 사우디에는 술이 없다더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거리감이 없는 사이.
이운재도 “1년여 시간을 보내면서 나 자신과 약속한 만큼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 “아직 2% 채워야 할 부분이 있지만 좋은 결과로 마무리를 짓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성룡이와 (김)영광(25·울산)이 있지만 기량은 백지 한 장 차이”라면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문은 항상 열려 있고 두드려서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뼈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대표팀 맏형으로서 1989년 이탈리아월드컵 예선에서 2-0승리 이후 19년간 넘어서지 못한 ‘천적’ 사우디를 잡을 ‘천군만마’ 역할을 해야 하는 이운재에게 ‘돌아온 탕아’라는 말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