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벨 문학상 르 클레지오] 낮은곳 지향한 진정한 휴머니스트
수정 2008-10-10 00:00
입력 2008-10-10 00:00
최미경 이대교수가 본 르 클레지오
남아메리카 인디언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 때문에 멕시코, 그리고 미국의 뉴 멕시코에 거주하고 있던 그는 한국을 통해 아시아와의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여러차례 한국을 여행했으며, 제2차 대산문화포럼에 다시 초청돼 한국의 작가·비평가들과의 교류를 공고히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 장기 체류를 희망하면서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 초빙교수직을 맡게 됐다.
세계 저명한 작가가 달랑 트렁크 하나를 들고 1년 이상 강의를 하러 다시 한국에 왔다. 수업 준비를 철저히 했을 뿐 아니라 학생들보다 항상 일찍 강의실에 도착했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학생들, 또는 선생님들과 교내 식당에서 우동, 만두 등을 먹으면서 격의 없는 토론의 시간도 가졌다. 미국 부시 정부 강경파에 대한 비판, 프랑스의 사회문제·환경문제, 자본주의의 횡포 등 정치·사회 문제에서 한국의 생활·문화·일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지역 입문·토론·프랑스문학 등의 강의를 하던 그는 교과서의 진부한 지식이 아닌 생생한 정보, 세계에 대한 이해, 문화(문학·미술·음악 등), 인간에 대한 관심, 동물에 대한 애정 등에 대해 강의하고 발표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들었다. 작년 이맘때에도 노벨 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에서 연락을 취했을 때 유유히 전철을 타고 학교 국제기숙사로 돌아오던 것이 생각이 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강아지를 아주 좋아하는데 르 클레지오 작가도 파이마라고 하는 검은 래브라도종 암캐를 길렀다.
주변부의 문화와 언어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피지배자와 가난한 자의 목소리를 듣고 대변하려고 노력하는 진정한 휴머니스트 작가에게 소중한 상이 돌아간 것에 진심으로 기쁨을 느낀다.
특히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완벽한 이중언어자이지만 꼭 프랑스어로 글을 쓰기로 고집한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영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손쉽게 독자를 얻고, 시장을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하지만, 그는 프랑스어 글쓰기를 고집했다. 또 작가에게는 국적이 없으며, 본인의 모국어는 프랑스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설픈 영어 교육의 광풍에 시달리는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고 본다.
이화학술원 석좌교수로 계시기 때문에 조만간 한국에 오셔서 특강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날이 정말 기대된다. 이대와 서울에서 시간을 보내셨기 때문에 이번 문학상은 왠지 한국작가의 상처럼 가까이 느껴져 더욱 기쁘다.
2008-10-1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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