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주민참여 예산제’의 성공을 위하여/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수정 2008-09-30 00:00
입력 2008-09-30 00:00
민선자치 10여년의 경험에 비춰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인기 위주의 예산 편성에서 오는 과도한 예산 낭비나 지방재정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지방예산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짧은 시행 과정에서 대전시의 주민참여예산제 성과를 속단할 수 없으나 주민들의 다양하고 폭넓은 참여를 기반으로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고, 시민사회와 공무원의 파트너십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거버넌스 구축과 운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주민참여예산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내용이나 요건들을 볼 때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의 폭넓은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일반 시민은 예산분야의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참여에 소극적일 수 있다. 생업 때문이다. 예산 과정에 참여하게 될 시민위원회가 그들의 결정으로 집행부와 의회에 대해 강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형식적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권자인 주민들이 결정한 투자우선순위와 금액을 지방의회가 삭감하거나 조정하는 경우 양측이 자주 충돌하면 주민 대표성에 혼란을 야기할 우려도 있다. 주민예산참여제는 또 지역·집단이기주의와 인기영합주의에 의한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해 관계에 있는 주민의 예산참여는 분배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켜 갈등을 키울 수 있는 점이 있다.
게다가 지방의회의 고유 권한인 예산심의권을 침해하고 지방의회의 소극적인 태도를 야기할 수 있다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기존 예산 편성보다 더 많은 과정을 소화해 내야 하는 까닭에 집행부 공무원의 적극적 지원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 또한 상존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행정의 민주화(정치적 민주성)와 행정의 효율성(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때 성공적일 수 있다. 정치적 민주성의 논리에 중점을 둔 예산 결정은 주민 대표성과 대응성은 높을지 모르나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동떨어질 수 있다. 반면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에 매몰되다 보면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은 가능할는지 모르나 주민 대표성은 낮게 돼 결국 책임 있는 재정 운영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면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대전시의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정착하려면 시장과 집행부 간부 공무원 및 관련 공무원들의 지원이 절실하다. 제도의 필요성을 깊이 깨닫고 주민이나 시민참여예산위원회를 적극 돕는 일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지역 주민에게 예산 편성의 결정권이 주어질 때 의사결정 지연과 업무부담 가중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보다 예산운영의 성과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참여기회를 제공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2008-09-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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