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히 되살려낸 북방의 삶과 정서·풍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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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 기자
수정 2008-08-29 00:00
입력 2008-08-29 00:00

한국 근대시의 북방의식

압록강·두만강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북쪽과 중국 만주 일부의 공간을 일컫는 북방(北方). 우리 민족의 뿌리가 닿아 있는 이 낯설고 새로운 공간은 한국 근대시에서 어떻게 그려져 왔을까. 또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곽효환(40·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시인이 펴낸 ‘한국 근대시의 북방의식’(서정시학)은 1920∼30년대에 활동한 김동환과 백석, 이용악의 작품을 텍스트 삼아 우리 근대시에 담긴 북방의식을 분석한 책이다.

지은이는 먼저 파인(巴人) 김동환이 쓴 한국 최초의 서사시 ‘국경의 밤’을 통해 북방정서의 구체적인 전개 양상을 살핀다.“아하, 무사히 건넛슬가,/이한밤에 남편은/두만강을 탈업시 건너슬가?” 1920년대의 김동환이 남성적이고 대륙적인 북방 정서를 시 속에 처음으로 형상화했다면, 근대시의 전성기라 할 1930년대 후반에 주로 활동한 백석과 이용악은 북방이라는 공간을 우리 근대시 속에 한층 더 풍요롭게 담아낸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백석은 북방을 지향하지만 도달하기 어려운 붕괴된 이상공간으로 그린다.“산턱 원두막은 뷔엿나 불비치외롭다/헌겁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쪼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헐리다 남은 성문이/한울빗가티 훤하다/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정주성’ 중에서)

반면 이용악은 북방을 우리 민족의 시대적 비극이 담긴 곳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김동환이나 백석의 북방의식과 차별화된다.“북쪽은 고향/그 북쪽은 여인이 팔려간 나라/머언 산맥에 바람이 얼어붙을 때/다시 풀릴 때/시름 많은 북쪽 하늘에/마음은 눈감을 줄 모른다”(‘북쪽’ 중에서) 지은이는 “근대 한국문학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이들의 북방시편은 분단과 함께 사라진 북방의 삶과 정서, 풍속과 풍물들을 생생히 살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의미를 부여한다.1만 9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2008-08-2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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