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볼트’ 키워라
최병규 기자
수정 2008-08-26 00:00
입력 2008-08-26 00:00
24일 밤 베이징의 성화는 꺼졌지만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튿날인 25일 역대 최다 금메달을 안고 금의환향했다. 그러나 금메달보다 더 중요한 건 최근 침체에 빠질 뻔한 한국 스포츠에 거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 이후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3개 대회 연속 두 자릿수의 금메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시드니에서는 금 8개에 그치며 종합 순위도 12위까지 떨어져 “한국 체육의 위기”라는 비관적인 평가까지 나왔던 터. 아테네에서 종합 10위를 회복한 데 이어 이번엔 역대 최다 금메달로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분명히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메달 편식 여전… 태권도·유도·양궁 빼면 나머지 종목 金 5개뿐
그러나 아무리 잘해도 아쉬운 점은 남기 마련이다.‘메달 편식’과 ‘기초 종목 부실’이라는 두 가지 약점은 여전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한국은 태권도(4개)와 양궁, 역도(이상 각 2개), 수영, 배드민턴, 사격, 유도, 야구(각 1개)에서 금을 캐냈다. 이 가운데 올해 처음 금메달을 발굴한 종목은 수영과 야구뿐이다. 나머지 종목은 대회 때마다 늘 한국이 강세를 보였던 종목들이다. 특히 태권도와 유도, 양궁을 제외하면 나머지 종목의 금은 5개뿐이다.
기초 종목의 성과도 여전히 ‘자포자기’ 수준이다. 박태환(19·단국대)이라는 스타의 등장으로 수영에서 첫 금메달과 은메달의 기적을 일궈낸 걸 제외하면 금의 숫자 합계가 무려 93개에 이르는 수영과 육상에선 전멸이었다. 육상에선 결선에 오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더욱이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곳은 대구다. 대회 유치를 위해 수 년 동안 공들인 한국은 사상 최초로 대회 개최권을 손에 쥐는 데 성공했지만 성공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개최국의 올림픽 성적은 내놓을 만한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결국 베이징에서의 한국 육상 결과는 세계선수권을 불과 3년 앞둔 지금 우리가 어디에 발을 딛고 있는지 재확인한 중간 성적표에 지나지 않는다.
●20년 이상 다이빙 육성한 中처럼 장기전략 세워야
기초 종목에 대한 투자 성과는 1∼2년 사이에 나타나지 않는다.8개 금메달 가운데 7개를 쓸어 담은 중국 다이빙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20년 이상 다듬어 온 전략 종목 가운데 하나다. 한국 체육이 20년 뒤를 내다보고 공을 들이기 위해선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기초종목에 대한 인식 자체는 어릴 때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분석은 곱씹어 생각할 대목.
국민대 체육학부 이명천(59) 박사는 “해당 스포츠의 저변을 넓히지 않고는 기초 종목에 대한 발전은 없다.”면서 “또 그 저변은 기초종목의 핵심인 평형성과 유연성의 토대를 갖출 수 있는 학교체육에서 그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4월 한 스포츠외교포럼에서 “문만 열면 마당에서 운동할 수 있는 체육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런던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은 1400여일. 그보다 몇 곱절의 시간이 더 들더라도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게 체육계의 바람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08-08-2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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