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직접 채점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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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기자
수정 2008-07-19 00:00
입력 2008-07-19 00:00
지방 국립대 법학과에 다니는 A씨는 최근 해괴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 교수가 고시반 학생들에게 학부생들의 기말고사 성적 평가를 맡겼다는 것. 고시반은 학부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곳으로 학교에서 세운 일종의 ‘사법시험 준비반’이다. 고시반 학생들의 학위는 대부분 ‘학부 학사’ 이하이다. 성적을 평가하기엔 전문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자격도 없다.

해당 교수는 “고시반 학생들에게 성적 평가를 위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미리 제시해줬다.”면서 “80명이 넘는 학생들을 나 혼자 다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대학생들에게 7월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자유’의 계절이자 1학기 성적 정정을 위해 교수와 싸워야 하는 ‘투쟁’의 계절이기도 하다. 수업 게시판에는 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불만의 글이 끊이지 않는다.

학생들은 이 ‘투쟁’의 근본 원인으로 객관적이지 않은 평가방법을 꼽는다. 교수들이 전문성과 자격이 없는 제자들에게 성적 평가를 미루고 있는 탓이다.

이 대학 연구원인 B씨는 “석사과정이 성적 평가를 하는 것도 전문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학부 학위를 가진 고시반 학생들이 성적평가를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성적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제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석사 과정 1∼2년차 대학원생들이 학부생의 성적을 매기는 일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관행처럼 굳어졌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조교는 “교수가 성적을 직접 평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교수에게 학부생 평가는 허드렛일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8-07-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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