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혼 상담위원’ 몰아주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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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기자
수정 2008-07-02 00:00
입력 2008-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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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이혼을 할 때 법원이 무료로 상담을 해 주는 ‘이혼 전 상담 제도’가 지난달 2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초반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법원이 특별한 기준 없이 상담위원을 위촉해 특정 단체가 서울지역 상담위원회를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일 대법원에 따르면 한국상담심리학회·한국임상심리학회·한국목회상담협회·한국가족치료학회는 서울가정법원 등이 민간 단체인 한국상담전문가연합회와 손잡고 이혼 전 상담 제도를 편파적으로 운영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최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연합회는 이름만 연합회일 뿐 현재 상담학회가 공식 참여하지 않는 ‘비전문 민간단체’”라면서 “법원이 연합회를 상담학계의 실질적인 대표나 유일한 창구로 보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가정법원을 비롯해 서울 동부·남부·북부·서부지법의 상담위원회 임원들은 연합회 소속이다.2005년 3월 이혼 전 상담 제도를 처음 시범 실시한 가정법원을 비롯해 서울지역 법원들이 연합회에서 상담위원 대다수를 추천받았기 때문이다. 연합회 한 임원이 “제가 추천한 70명의 상담전문가로 가정법원 상담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말할 정도다.

이혼 전 상담을 둘러싼 논란이 치열한 까닭은 국가 공인 상담자격증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 상담위원이 상담에 관해 국가가 공인한 유일한 자격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상담위원의 하루 수당이 5만원에 불과한 데도 지원자가 몰리는 이유다.

한국상담심리학회 등은 연합회가 상담위원 추천을 위탁받았다거나 법원과 공동으로 상담 교육을 실시한다고 홍보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연합회는 2005년 10월 제1차 전국 상담전문가 교육대회를 열고 수료증을 발급하면서 수료증에 법원을 상징하는 로고,‘법전을 든 정의의 여신’을 허가 없이 새겨 넣었다. 또 최근에는 회원 1500여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국 18개 지방법원의 상담위원으로 추천해 주겠다.”고 선전했다. 회원 340여명이 상담위원 신청서를 제출하자 “법원과 공동으로 상담 교육대회를 주최하고, 서울가정법원의 지원으로 강사진을 구성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연합회는 서울신문이 취재에 들어가자 “실무자의 실수로 잘못 표현됐다.”며 공지 내용을 고쳤다. 연합회의 이 같은 행동에도 서울가정법원은 “공식 문제제기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그대로 연합회 임원들을 최근 상담위원으로 재위촉했다.



이에 대해 연합회 쪽은 “오랫동안 순수한 마음으로 무한 봉사하다 보니 (연합회가) 법원 상담위원회의 주를 이룬 것이 사실”이라면서 “무료 봉사할 때는 가만 있다가 이제 와서 밥그릇을 찾겠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유지혜기자 ejung@seoul.co.kr
2008-07-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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