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등골 빠지는 ‘新 3고시대’] “콩나물 1000원어치로 한끼 못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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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기자
수정 2008-07-02 00:00
입력 2008-07-02 00:00

기초대상자 이영선씨 장보기

“아유∼ 정말 비싸서 못 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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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4시 주부 이영선(53)씨의 장보기에 따라나선 지 벌써 30분째. 농산물 가격이 가장 싸다는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 골목을 이리저리 다니면서 무를 찾고 있지만 그의 맘에 드는 싸고 질좋은 ‘녀석’은 도통 보이지 않는다.

배추값 올라 김치 안 담근지 한참

그의 다리통보다 큰 무가 2000원 푯말 뒤에서 손짓한다. 저렴한 녀석들도 그 뒤에 1000원 푯말 뒤에 줄 서 있다. 이씨는 그네들을 힐끗 보고는 감자부터 사야겠다고 발길을 돌린다.“어휴∼ 작년에 2개에 500원짜리들이 무슨… 국물 우리는 무는 좀 못생긴 거 사도 되는데 안 보이네.”

이씨는 감자가게에서 강원도와 충남에서 올라온 감자 값을 물어봤다.20㎏에 1만 7000원. 비싸다는 이씨의 말에 주인아주머니는 “그럼 말도 붙이지 마요. 2월에 6만원 하던 게 엄청 떨어진 것도 모르나.”면서 쏘아붙였다. 이씨는 발걸음을 옮겨 감자가게를 열 곳 이상 돌아다니며 값을 물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결국 한 가게에서 1000원을 깎아 1만 6000원에 감자 한 박스를 샀다.

“우리 아저씨 일감이 없어서 열흘째 놀아요. 기초보호대상자라고 국가에서 주는 돈 20여만원을 쌀로 대신 받고,4년 전에 암을 앓고 나서 먹는 약값·검진비 70만∼80만원 들이고 나면 한 달에 시장 볼 수 있는 돈은 10만원도 안돼요.“

따라다니기에 지친 기자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과일 가게는눈길도 주지 않는다.1년 전부터 단 한 번도 과일을 사 먹은 적이 없단다. 콩나물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기 옛말이지 콩나물 1000원어치 사도 한 끼도 못먹어요. 싼 걸로 말하면 요즘 식탁에는 얼갈이가 최고 효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옷은 구청 벼룩시장서 해결”

한 단에 1000원짜리 얼갈이 배추를 집으면서 이거면 일주일 동안 된장국·겉절이로 최고란다. 김치는 배추값 올라 안 담근지 3개월째다. 이씨는 호박 3개에 1000원이라는 말에 잠시 발길을 멈춘다. 좀 생각에 잠기더니 “하나에 300원도 넘네. 청양고추는 얼마요.”라고 묻는다.2근쯤 돼보이는 바가지 하나에 2000원어치를 주인과 실랑이 끝에 샀다.

이씨가 적어온 쪽지에는 이제 무·두부·고사리가 남았다. 판 두부 한 모에 1300원. 두부 사는 것을 포기했다. 마른 고사리 1개에 2000원. 이제는 이씨도 지쳤는지 고사리는 다 똑같다면서 샀다.

기자가 “무는 안 사세요?”하고 묻자 이씨는 “힘들어서 도저히 못찾겠어요. 그냥 얼갈이 된장국이나 해먹지 뭐….”라면서 짐을 들었다. 그래도 아쉬운 듯 출구로 나가는 동안에 이집 저집 무 가격을 물어 본다.

“토요일에 서초구청 벼룩시장에 가면 옷도 500원·1000원이면 사요. 과일이야 비싸 안 먹는다고 해도 두부·콩나물 값은 그러면 안 되지. 프로판 가스 가격이 작년에 3만 3000원이었는데 7월이면 4만원이 된다고 하대요. 라면도 한 달에 40개는 먹는데 한 개에 100원이나 올랐어요. 돈 걱정 없이 며칠이라도 살아보는 게 소원이에요.”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08-07-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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