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결국 ‘代’ 넘기나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윤설영 기자
수정 2008-05-26 00:00
입력 2008-05-26 00:00
정부와 한나라당은 17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29일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위해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르면 27일 미국산 쇠고기 위생조건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고시가 예정돼 있어 야당의 협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이 재소집 요구를 하면서 29일까지 국회 문은 열린다. 물리적인 ‘시간’은 있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정부 여당이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FTA 비준의 불씨는 거의 꺼져가는 분위기다.

靑 “모든 방법 동원하겠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야 3당이 응해주지 않으면 17대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밀어붙여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임시국회 재소집은 국면 전환용”이라며 협조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임채정 국회의장도 ‘직권상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 의원이 한·미 FTA를 “아주 결함 있는 협정”이라고 규정한 것을 놓고 여야간 해석도 엇갈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바마의 발언은 거꾸로 새겨 보면 우리가 협상을 더 잘했다는 뜻 아니냐.”면서 “야당은 이런 상황에서 FTA를 통과시키지 않은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반면 통합민주당 등 야당은 “미 의회의 연내 비준이 더욱 불투명해졌다.”며 한국측의 선(先) 비준 불가를 주장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부시 정부에는 쇠고기를 내주고 새로 들어 설 미국 정부에는 한국시장을 통째로 내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한·미 FTA의 ‘F’자도 꺼내지 말라.”고 강조했다.

野 “쇠고기 주고 시장도 내주나”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27일 예정대로 고시할 경우 야당의 협조는 이끌어 내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차 대변인은 “쇠고기 재협상을 통한 국민건강권 회복을 하는 것, 이것 외에는 들불처럼 번지는 국민적 분노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이명박 대통령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쇠고기 시위자 연행… 사태 악화

정치권이 막후 협상을 할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하지만 촛불집회 참가자 연행 등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야당들이 재협상 주장을 포기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그럼에도 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야당 내부 균열로 부결되면서 쇠고기 정국에서 대여 공세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정 장관 해임 건의안과 함께 ‘3대 안건’이던 재협상 촉구결의안과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을 수입하는 내용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도 물 건너 갔다. 한·미 FTA 조기 비준을 막기 위해 야당 스스로 국회 재소집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장관 고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과 18대 원구성과의 연계를 병행할 방침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등원을 거부하는 ‘장외투쟁’까지 거론되고 있다. 강기갑 의원이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경우 장외투쟁 의지를 밝히고 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마지막 카드’로 고려 중이다.

나길회 윤설영기자 kkirina@seoul.co.kr

2008-05-26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