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정진국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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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연 기자
수정 2008-05-09 00:00
입력 2008-05-09 00:00

책벌레들이 꿈꾸는 그곳을 순례하다

사랑이 흔히 그러하듯, 책에 대한 사랑 역시 독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하게 존재한다. 책을 읽고 감상을 남기는 사람, 하드웨어로서의 책 그 자체를 좋아해 서가에 모아두는 사람…. 미술평론가이자 사진작가인 정진국씨처럼 아예 헌책방이나 고서점이 모여 있는 동네를 직접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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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부터 룩셈부르크까지 24곳 소개

20여년 전부터 책마을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정씨는 최근 1년여 동안 유럽의 책마을 24곳을 돌아다녔다.‘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정진국 글, 생각의나무 펴냄)가 바로 그 결실이다. 유럽에서조차 출간된 바가 없는, 유례 없는 ‘책마을 순례기’다.

현재 세계적으로 책마을로 지정된 곳은 27곳. 그렇다면 책마을은 처음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을까.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1962년 영국 웨일스 헤이 온 와이에서 리처드 부스가 헌책방을 크게 열면서 ‘세계 최초의 책마을’을 선언한 것이 시초다. 인구는 1300명밖에 안 되지만 37개의 헌책방과 16개의 갤러리가 있는 이곳은 이제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

책갈피를 넘길수록 천연색으로 펼쳐지는 유럽 구석구석의 책마을 풍광과 저자의 인상 체험이 흥미롭다. 정씨는 벨기에 에노에서는 비닐에 싸인 1911년판 ‘반 고흐의 편지’를 만나 감상에 젖고, 아일랜드 킬케니의 고서적 장터에서는 자신의 지적 허영을 재발견하기도 한다. 바다쪽 포구로 이어지는 언덕을 따라 책방이 즐비한 노르웨이 쇠를라네에 이르러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운치 있는 책방 거리”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가장 운치있는 책방거리 쇠를라네”

이밖에 전국 각지에서 책과 골동품을 모아와 잔치를 벌이는 프랑스의 마스 다주네, 중세의 흔적이 살아 숨쉬는 책자의 나라 룩셈부르크 비안덴, 아픈 전쟁의 기억을 떠올리며 과거로의 산책을 떠나게 되는 독일 뷘스도르프 등에서 느낀 상념과 사유들이 담백한 문체에 실려 펼쳐진다.‘너 뭐 읽니’ ‘밤이 새도록’ ‘잠꾸러기 코끼리’ 등 독특한 책방 이름들이 한층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지해야”



저자는 유럽의 책마을을 “세계화와 디지털화에 밀려난 농촌과 서점이 만나 이룬 차분하고도 거대한 물결”로 본다.“중고·중소 서적상들이 책의 설 자리를 되찾아주려는 이런 움직임은 반드시 이겨야 할 투쟁”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서는 마땅히 지지하고 동참해야 할 사회운동”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1만 35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8-05-0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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