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사기 주의보
류찬희 기자
수정 2008-03-18 00:00
입력 2008-03-18 00:00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부동산 규제완화 분위기를 틈탄 허위 개발 정보를 내세운 기획부동산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신문에 허위 과장 광고를 내거나 텔레마케팅 수법을 쓰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제대로 미치지 않고 있다.
●대운하·신도시 등 허위정보로 유인
기획 부동산이 판치는 곳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 예정지로 거론되는 지역과 수도권 땅값 급등 지역이다.
강원 원주시 문막에서 임야를 ‘칼질’(등기부 필지로 쪼개는 행위)해 파는 한 기획부동산은 “원주시가 남한강에 경부운하 원주 터미날 유치에 나섰다.”며 투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들은 남한강이 아닌 간현천 줄기에 붙어있는 땅을 팔면서 “대운하 수혜지역”이라고 버젓이 광고하고 있다.
필지 분할도 되지 않은 땅을 3300㎡ 단위로 쪼개 “3.3㎡(1평)당 1만 5000원에 농가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이라며 포장했다.“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이냐.”고 확인하자 “투자자마다 필지는 나눠주지만 택지조성 인허가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김영덕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원주시 지회장은 “원주 지역 기획부동산에서 파는 땅의 80∼90%는 못쓰는 땅”이라면서 “경사가 25도 이상이거나 도로가 없는 맹지(盲地)에는 농가주택 허가가 나지 않는다.”며 투자 주의를 당부했다.
경기 용인 모현면에서는 다른 기획부동산이 임야를 칼질해 “신도시 유력 후보지, 좋은 땅은 1년에 2배 이상 오른다.”며 임야를 팔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또 다른 기획부동산은 강원 춘천에서 “대규모 개발계획 주변이고 투자가치가 높아 땅값이 급상승하는 지역”이라며 임야를 3.3㎡당 3만원 정도에 쪼개 팔고 있다.“개발 가능성이 희박하지 않으냐.”고 따지자 그 기획부동산 관계자는 “투자자의 90% 이상이 개발이 아닌 투자 목적”이라면서 “3년 동안 영농조합에 맡기면 위탁영농이 끝나고 땅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기획부동산 가운데는 이처럼 ‘영농조합법인’으로 위장하는 경우도 많다. 투기를 막기 위해 임야 쪼개기가 금지되자 영농조합을 구성, 공동 소유를 한 뒤 집단 민원을 일으켜 필지를 나누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이들이 파는 대부분의 토지는 설령 분할 등기가 되더라도 입구 땅주인의 허가 없이는 도로를 낼 수 없는 맹지인 경우가 많다.
●영농조합·대형 개발 계획으로 위장
충북 충주에서는 충주호 호숫가 인근의 임야를 3.3㎡당 2만∼3만원에 분양하면서 첨단 기술 분야 집적도시를 내세우는 기획부동산도 있다. 필지 분할이 가능한지를 묻자 기획부동산은 “2∼3개월 지나면 분필(分筆)이 가능하다.”면서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땅값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얼버무렸다. 이 땅은 농림지역 임야라서 필지가 나눠지고 건축 허가가 나더라도 건폐율이 10%밖에 되지 않는다.3300㎡을 사도 실제 택지로는 330㎡평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김승목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용인 처인구 지회장은 “기획부동산에서 파는 땅은 지역에서는 쳐다보지도 않는 땅이고 분할도 어렵다.”며 “땅값을 올리는 주범을 단속해야 시장이 투명해진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2008-03-1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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