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문닫고 튀자” 206개社 무단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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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걸 기자
수정 2008-02-13 00:00
입력 2008-02-13 00:00

中 칭다오 한국 기업들 까다로운 청산절차에 진퇴양난

4년 전부터 중국 칭다오(靑島)시에서 40여명의 현지 노동자를 채용해 운동화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민영(가명)씨. 최근 30∼40% 오른 인건비 부담에 위안화 가치마저 높아지면서 수출길이 막힌 그는 1년 전부터 청산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요즘은 청산 신청을 한 게 후회막급이다. 청산 심사나 신청 등 각 단계마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공장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인건비 등 매달 300여만원의 손해만 감수하고 있다.

김씨는 “세제 당국에서 그동안 받았던 세제 혜택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무단 철수라도 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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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반영하듯 한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중국 칭다오 지역에서 까다로운 청산 절차를 피해 무단 철수한 기업이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206개사에 이르고, 이중 절반 정도인 87개사가 지난해에 ‘야반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의 각종 조치에 대해 사전에 대비하고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최근 중국으로 진출한 기업의 청산 작업에 도움이 되는 사례 등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높아진 규제 장벽에 인건비·원가 급등이 원인

12일 수출입은행이 최근 펴낸 ‘칭다오지역 투자기업 무단철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8344개의 한국 기업이 칭다오시에 투자했고, 이 가운데 2.5%인 206개 기업이 무단 철수했다. 기업의 야반도주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그해 21개 업체를 시작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 지난해에는 무려 87개사가 중국을 떠났다.

특히 노동집약적 영세업종의 ‘탈중국’ 현상이 두드러졌다. 업종별로는 공예품(액세서리) 생산업체가 63개사(30.5%)로 가장 많았고 이어 ▲봉제업체 16.0% ▲피혁업체 13.6% 등의 순이었다. 종업원 숫자 역시 50명 미만의 기업이 전체의 55.3%나 차지했다.

중국 진출기업의 무단철수가 늘고 있는 것은 노동집약산업에 대한 규제는 높아지는 반면 인건비와 원가는 빠르게 치솟고 있기 때문. 수출입은행 칭다오대표부 박진오 수석대표는 “현지 기업들의 올해 실질인건비 부담은 작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데다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위안화 절상폭 확대, 과다한 토지사용세 부과 등으로 자금력이 열악한 영세기업들은 버텨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현지시장 개척이 ‘정답’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중국 진출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 김화섭 연구위원은 최근 ‘중국 투자기업의 3대 잠재적 난제’ 보고서를 통해 “중국 진출 뒤 처음에는 토지사용세를 내지 않다가 몇년 뒤 대가를 요구하는 지방정부가 많고, 중국 노조 역시 정부의 지원 아래 강성 성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농촌 지역에 소재한 기업들은 토지소유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 결정을 하기 전 토지사용세 납부 방법이나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매듭짓고, 생산입지를 선정할 때 중장기적인 안정성 확보를 위해 시보다 규모가 큰 지역에 공장을 짓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도 “영세업체들은 중국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는 반면 끊임없이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들은 잘 나가는 등 진출 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의 수출관련 세제 혜택이 줄어드는 동시에 환차손은 높아지는 만큼, 진출 기업들은 중국 현지시장 개척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8-02-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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