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학부모 학교폭력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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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수정 2008-01-30 00:00
입력 2008-01-30 00:00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학생 A양은 같은 반 남학생 B군에게 번번이 괴롭힘을 당했다.B군은 별 이유 없이 얼굴을 때리고 책상을 던지며 위협했다. 가슴을 손으로 누르는 성추행으로 수치심을 안기기까지 했다.A양 부모가 학교에 항의했고, 학교측이 B군 부모를 불렀지만 반응은 당황스러웠다.B군 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건드리지만 않으면 괜찮은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되레 화를 냈다.B군 아버지는 “아들을 정신병자로 내몰고 성폭행범으로 선동했다.”며 교사를 고소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 C군은 동급생 13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고환에 심한 타박상을 입은 C군은 피섞인 소변을 쏟아냈고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야뇨증까지 앓게 됐다. 심리치료를 위해 병원을 오갈 상황이었지만 가해 아동들의 부모들은 “증거가 있느냐.”고 따지며 오히려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학교는 양쪽의 눈치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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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아동 학부모 막무가내식 자식 옹호 ‘심각´

아이를 하나만 낳는 가정이 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중국의 ‘소황제’처럼 외동 아이에 대한 과잉보호 현상이 만연하면서 부모의 막무가내식 ‘자기 자식 옹호’가 학교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지난해 발생한 학교폭력 4500여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최근 가해아동 부모들은 아이의 폭력행위에 대해 ▲아예 무관심이나 무시 ▲적반하장식 대응 ▲사과없이 법적 절차만 진행 ▲주동자는 따로 있다는 식의 책임전가 ▲피해자가 맞을 짓을 했다는 식의 합리화 등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 D군은 같은 반 남학생 E군에게 8개월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 결국 무릎으로 팔을 찍어 누르는 폭행을 당해 인대가 늘어나 병원 치료를 받았다.

D군 부모가 E군 부모에게 항의했지만 E군 어머니는 “우리 아이는 힘이 있는 아이들만 건드린다. 아무나 건드리지 않는 정의로운 아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결국 E군은 그 뒤에도 지속적으로 D군을 괴롭혔고 애꿎은 D군만 전학을 고민하게 됐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장맹배 사무국장은 “학교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가해학생 부모가 먼저 자기 아이를 단호하게 꾸짖어야 하는데 최근엔 ‘아이 기죽인다.’며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사과보다는 사건의 책임소재만 따지는 얄팍한 세태가 만연하고 있다.”면서 “피해학생 가족에겐 이런 태도가 가장 큰 응어리로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가해학생 부모 폭력예방교육 필요”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외국의 경우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학교에서 상담사가 가해 학생을 지도하고 그 결과를 교장 책임 하에 부모에게 지도명령을 내리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소아정신과 교수들이 교육부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부모들이 학교폭력에 관대한 경향이 있으니 가해학생 부모들에게 강제적으로 폭력예방 교육을 시키는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8-01-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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