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 이코노미/ 해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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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1-25 00:00
입력 2008-01-25 00:00

스시, 어떻게 글로벌 문화상품 됐나

일본이 경제 발전에 박차를 가하던 1960년대 이후 일본항공(JAL)의 비행기는 외국 공항에 착륙할 때마다 카메라와 섬유, 소형 전자제품을 활주로에 가득 쏟아냈다. 하지만 일본으로 돌아갈 때는 화물칸이 늘 비어 있는 것이 JAL의 고민이었다고 한다.

1971년 새로운 화물시장 개척 임무를 맡은 오카자키 아키라는 일본에 생선초밥(스시) 붐이 급격히 일면서 붉은 살 생선 참치의 공급이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일본에서는 참치 가운데서도 가장 고급품으로 치는 참다랑어가 당시 미주지역의 어부들에게는 ‘버리는 생선’이었다. 오카자키가 캐나다 동부해안의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찾았을 때도 어부들의 반응은 “당신 같으면 그런 것을 먹겠느냐.”는 것이었다.



참치의 무역거래에 바탕 둔 문화경제적 탐방기

우여곡절 끝에 1972년 여름 26㎏의 참다랑어 한 마리가 트럭에 실린 채 캐나다 동부해안을 떠나 36시간만에 미국 뉴욕의 JFK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다시 JAL의 DC8에 실려 14시간의 비행 끝에 도쿄 하네다 공항에 내려졌다.‘스시’가 일본의 국민음식에서 글로벌 문화상품으로 발돋움하는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기도 했다.

미국 ‘보스턴 글로브’ 기자인 사샤 아이센버그가 쓴 ‘스시 이코노미’(김원옥 옮김, 해냄 펴냄)는 생선초밥의 재료가 되는 참치의 무역거래에 바탕을 둔 문화경제적 탐방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하여 2년 동안 5개 대륙의 14개 국가를 직접 찾아가 취재했다고 하는데, 이런 노력을 기울일 만큼 ‘스시’가 매력있는 주제로 떠올랐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메릴랜드 토슨의 작은 마을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9개의 생선초밥집이 밀집되어 있어서 ‘스시 벨트’라고 불린다. 그러니 아이센버그가 “미국에는 지금 너무나도 많은 ‘스시 바(bar)’가 있어 ‘스시’는 이제 매력있는 주제를 넘어 진부한 주제가 되었을 지경”이라고 토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나아가 로스앤젤레스의 서던 쓰나미(Southern Tsunami)는 전미국에 2000곳이 넘는 ‘스시 테이크아웃’ 매장을 운영하여 해마다 2억 5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고유의 문화가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글로벌화되었을 때 얼마만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돈·권력·사람 그리고 시대의 상호연결성의 산물

도쿄의 쓰키지 어시장에서는 매일 새벽 5시에 경매가 이루어진다. 출품되는 참치의 원산지를 살펴보면 ‘스시 무역’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참치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전세계적으로 퍼져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뉴욕 롱아일랜드가 원산지인 자연산 참다랑어와 스페인과 터키의 양식 참다랑어, 일본 북부 아오모리현의 오마에서 잡은 참다랑어, 마셜제도산 눈다랑어, 멕시코 엔세나다산 양식 참다랑어가 한 자리에서 경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시 붐’은 필연적으로 자원고갈을 가져왔는데,1977년 900t이었던 호주 포트링컨의 참치 어획량은 급감하기 시작했다.“일본과 호주가 너무 많이 우려먹으면서 어장을 망가뜨렸다.”는 반성이 나오면서 호주 정부는 1984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어획쿼터를 도입하기도 했다.

아이센버그는 “바다에서 생선초밥집으로 가는 참치의 여정만큼 세계화의 복잡한 역학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지만 ‘스시의 권력’은 다국적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개인으로부터 나온다.”면서 “‘스시’는 돈, 권력, 사람, 그리고 시대의 상호 연결성이 발명한 요리”라고 말했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2008-01-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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