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대통령 없애야 나라가 산다/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수정 2007-11-23 00:00
입력 2007-11-23 00:00
한국매니페스토 공동상임대표
변호사
행정권만 하더라도 연방대통령과 주지사가 할 일이 엄연히 분담되어 있다. 대통령을 뽑을 때도 각 주별로 선거하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의미에선 미국 대통령은 일이 적은 편이다. 주로 외교·국방에 관한 일을 관장하면서 밥 먹고 손 흔들고 사진 찍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속사정은 모른 채 대통령제라는 껍데기만 수입해간 후진국에서는 반드시 사고를 치고 말았다. 남미를 비롯해 대부분의 후진국 대통령들은 죄다 제왕적 대통령이 되어 독재자가 되고 만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수십년간의 경험에서 그 악폐가 얼마나 지독했는지는 우리가 잘 안다. 그러나 소위 민주화가 진행되었다는 지난 십수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거와 같은 독재는 불가능하다 해도 지금 가진 권한만 해도 가히 제왕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힘이 미치지 않는 영역은 형식적으로 입법부와 사법부일 뿐, 그 외에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나라의 크기에 차이가 있지만 이 나라 대통령은 미국의 연방대통령과 50개 주지사가 해야 할 일 중 상당부분을 모두 한몸에 떠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잉부담이다. 그래서 늘 원맨쇼를 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 시쳇말로 통반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참 불쌍한 일이다.
우린 그동안에 훌륭한 대통령 한번 보기를 그토록 고대했다. 그러나 늘 절반의 실패를 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이미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 때문이다. 실례의 말이지만 지금의 대통령 자리에는 세종대왕을 앉혀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선거로 뽑는 것은 불에다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그 제도의 도입과정에는 불가피한 점이 있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직접선거는 온 국민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온통 패싸움꾼들로 만들어 놓고 있다. 세계적으로 선진국치고 연방국 아닌 나라에서 대통령제와 직선제까지 하는 나라는 없다.
이젠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대통령직선제를 폐지할 뿐 아니라 아예 제왕적 대통령자리를 없애 버려야 한다. 굳이 대통령제의 형식을 유지하겠다면 대폭적인 분권을 전제로 한 소통령(小統領) 수준의 책임자가 좋겠다. 아니면 내각제에 안정성과 실효성을 대폭 강화한 신내각책임총리제 형태가 좋을 것이다. 이젠 헌법개정을 통해 선진국형으로 정부형태를 바꾸어야 할 때다.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2007-11-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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