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수사 결국 부메랑으로
김정한 기자
수정 2007-09-21 00:00
입력 2007-09-21 00:00
검찰 ‘김상진 게이트’ 정·관·금융계 수사 급제동에 당혹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한마디로 “검찰이 건설업자 김상진(구속)씨의 진술에만 의존함으로써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요약된다. 법원이 원하는 바가 아니더라도 정·관계에 대한 수사확대는 일단 제동이 걸린 셈이다.
●법원 “김상진씨 진술에만 의존”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정씨가 받은 돈(2000만원)이 떡값 수준이 아니고 돈을 준 김씨의 진술이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영장 청구 당시 제시하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는 등 나름대로 정씨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검찰은 또 영장에서 정씨가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자신의 형이 운영하는 사업체에 12억 6000여만원 규모의 공사를 맡기라고 요구한 혐의까지 범죄 사실로 적시했다.
특히 19일 오전 알선수뢰 혐의로 청구하기로 한 구속영장을 고심 끝에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바꿔 오후에 청구하는 등 혹시 있을지도 모를 법원의 기각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법 적용을 잘못해 법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이같은 주장은 법원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부산지법 염원섭 부장판사는 “영장 내용을 보면 정씨가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없고 김씨 진술에 의존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정씨도 “검찰의 주장이 전혀 사실관계에 적합하지 않다.”며 실질심사에서 혐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동안 법조계 일각에서도 기각될 가능성에 무게를 더 실었었다. 김씨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다는 정씨의 장모를 조사하지 않았고, 전화 한 통도 안 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검찰은 일단 수사내용을 보강해 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검찰은 영장 재기각과 발부 등 몇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기각으로 향후 수사에 큰 차질이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 없다.”면서 “쟁점이 되고 있는 돈 전달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사실확인을 보완해 영장을 다시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연산동과 민락동 개발과 관련한 김씨 수사에 대한 고삐를 늦추지 않고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영장기각으로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행태에 대한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검찰 수사 행태 비난 못면해
검찰은 지난 7일 김씨의 재구속에 이어 사건의 핵심인 정씨를 구속시킨 뒤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금융권 간부 및 정치권 인사 등으로 수사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초기 수사에서 정씨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아 축소 내지 봐주기 수사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검찰의 늑장 수사로 인한 자업자득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2007-09-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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