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노대통령은 뭘 우려하는가?/김종배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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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9-14 00:00
입력 2007-09-14 00:00
다수가 전망한다. 변양균·정윤재씨의 ‘부적절한 행위’가 검찰 수사결과 ‘측근 비리’로 확인되면 노무현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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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시사평론가
김종배 시사평론가
생뚱맞다. 이치가 그렇다.‘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엔 다른 사실이 전제돼 있다. 지금까지 레임덕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점을 놓고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질 것인지 말 것인지를 예측하는 건 생산적인 활동이 아니다.

대선은 이제 석 달 남았다. 대선이 끝나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국정 인수인계작업이 개시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석 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진다고 해서 국정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일은 거의 없다.

실제가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에도 몇 개의 역점과제를 입법화하는 데 성공했다. 국민연금법을 개정했고 로스쿨법을 통과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입법내용에 가감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목표치를 달성했다.

노무현 대통령으로선 선방을 한 셈이다. 전임 대통령들이 퇴임 1년여를 앞두고 식물 상태에 빠진 것과 견줘보면 아주 효율적으로 선방을 해온 셈이다. 게다가 임기 막바지에 남북정상회담까지 치를 계획이니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할 기회까지 남아 있다.

여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법한데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변양균씨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할 말이 없게 됐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한편으론 목을 곧추세우고 할 말 다 했다.“원칙 없는 기회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이다. 자신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사람들, 참여정부 공격을 선거 전략으로 채택한 사람들을 향해 “당신들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원칙 있는 승리라야 승리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했고,“원칙 없는 기회주의자들의 싸움에 별 관심이 없다.”고 했다.

측근들의 ‘부적절한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맞은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각을 세우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확인되는 게 있다. 여한은 몰라도 여망은 있다는 점이다. 그게 뭘까?

역사의 평가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공정하고 정당한 역사의 평가다. 자신의 퇴임과 동시에 ‘악의적 왜곡언론’과 ‘정치적 반대세력’의 협공은 자연스레 풀린다. 공정하고 정당하게 평가받을 조건이 갖춰진다. 역사의 심판정에서 궂은 일 도맡을 대리인만 세우면 된다. 바로 계승세력이다.

대선 승패는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말했듯이 “원칙 있는 승리”가 아니라면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자신의 노선이 계승되는 게 아니다. 반대로 “원칙 있는 패배”라면 계승세력이 이른바 민주개혁진영의 본류가 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관건은 승패가 아니라 원칙이다. 결과가 아니라 가치다. 특히 측근들의 ‘부적절한 행위’가 감자요인으로 돌출된 상황에선 더더욱 중요하다. 어떻게든 자산을 지켜야 한다.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하다. 털어낼 건 최대한 빨리 털어내고 남은 자산은 최대한 증식시켜야 한다.

이 맥락에서 레임덕이란 개념은 재조정된다. 권력누수가 아니라 평가누수 측면에서 레임덕이란 개념을 정립하면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은 새롭게 곱씹어야 한다.

검찰 수사결과 측근들의 ‘부적절한 행위’가 ‘측근 비리’로 확인된다면, 그래서 국민의 질타와 이반이 심화된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자산 증식은 벽에 부딪힐 수 있다. 역사의 심판정은 배심제이기 때문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2007-09-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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