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자식 사랑했네’ 뻔한 사랑타령 참신한 변주
정서린 기자
수정 2007-07-21 00:00
입력 2007-07-21 00:00
보습학원 국어 강사 미영은 처음 학원에 면접하러 오던 날, 영어 강사 정태의 살짝 근육 잡힌 팔에 반하고 만다.“심각한 관계가 될지 심플한 관계가 될지 난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라며 호기롭게 선택권을 장담하던 미영은 “이렇게 그의 손을 잡고 있으면 심장이 손바닥에 있는 것만 같다.”며 마음을 그만 내려놓는다.
“그 자식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네. 요약하자면, 그 자식 사랑했네.”라는 ‘눈뜨고 코베인´의 노래로 극이 닫히는 설정은 절묘하다. 줄곧 미영의 입에 의존하는 구구절절한 사랑과 헤어짐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결국 남은 것은 과거형이 되어버린 기억뿐이기 때문이다. 그래, 요약하자면, 그 자식 ‘사랑했다’는 것뿐. 연인과 헤어진 친구의 긴 넋두리를 들어준다고 생각하면 중간에 댕강 자르고도 싶지만 언젠가 내게도 있었던 과거라고 생각하면 웃고 난 언저리에 신 앙금이 살캉 씹힌다.
극에 더 열중하고 싶다면 나열 맨앞 왼쪽에 앉으면 된다. 원장선생, 과학선생, 학생 현수, 화초에 똥도 될 수 있다. 끝나면 ‘봉투’도 받으니 참고 혹은 주의할 것.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7-07-2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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