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佛 대학개혁 논란과 피상적 시각/이종수 파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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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7-14 00:00
입력 2007-07-14 00:00
지금 프랑스의 화두는 ‘개혁’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좌충우돌, 전방위 활동력을 과시하면서 5가지 핵심 분야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 보면 정치인 특유의 ‘레토릭’에 가까운 게 많다. 제안은 파격적인데 진행은 주춤하거나 어정쩡하다. 구호는 난무하는데 실질적 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맥락을 놓치면 프랑스에 마치 개혁의 질풍노도가 닥친 것처럼 보인다. 대학 개혁 논란도 그 가운데 하나다.

최근 한국에서는 프랑스 대학이 개혁법안 추진으로 미국·영국 대학처럼 경쟁 체제를 갖추게 됐다고 떠들썩하게 소개됐다. 그러나 속을 보면 그렇지 않다.‘차이’는 어디에서 나올까?

먼저 법안의 겉만 본 탓이다. 사르코지가 추진하려는 대학 개혁의 본질은 ‘자율화’다. 그 핵심 조항은 대학의 학생 선발권과 등록금 인상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최종 발의한 법안에는 두 조항이 빠졌다. 대학생 노조와 교수협의회의 반발에 부딪혀 5년 동안 대학에서 알아서 자율화하라는 단서 조항을 달면서 절충했다. 이 역시 실행될지 불확실하다. 프랑스식 ‘사회적 저항’을 감안하면 대학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개혁도 영·미식으로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한국에는 마치 대학 개혁안이 원안대로 온전하게 통과된 듯 거창하게 소개됐다. 타이틀만 보거나 영국 언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굴절된 탓이다.

프랑스 대학 자율권에 대한 ‘빈곤의 철학’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학 시스템을 들여다 보자. 프랑스 대학은 엘리트-평준화 교육으로 이원화되어 있다.1∼2% 정도의 상위권 학생들이 2년 동안의 준비반을 거쳐 엘리트 산실인 그랑제콜에 입학한다. 나머지 학생은 입학시험(바칼로레아)을 거쳐 평준화된 일반대학에 진학한다. 바칼로레아는 합격 여부만 정하고 서열을 매기지 않는다. 합격하면 미리 지원해둔 1·2·3지망에 따라 대학과 학과를 배정받는다.

결국 파리 3대(누벨 소르본대)나 파리 4대(소르본대)나 차이가 없다. 그저 파리 국립대학 가운데 하나다. 당연히 학생 선발과정에 대학이 간여할 필요가 없다. 물론 파리 도핀대처럼 자체 심사기준을 마련한 곳도 예외적으로 있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은 교양인을 양성하는 아카데미다.

석사과정의 자율권도 그 연장에 있다. 대학은 ‘심사위원회’를 열고 석사과정 학생을 선발한다. 기자가 8년전 연수 시절 몇몇 대학에 원서를 내고 결과를 궁금해하면 늘 “심사위원회가 끝나야 안다.”고 대답했다. 심사위는 자기 대학 졸업생을 대부분 받아들인 뒤 다른 대학 졸업생의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간과해서는 안될 게 하나 더 있다. 대학이 학부과정부터 ‘내용상의 선발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낙제시켜 검증된 학생들만 진학할 수 있도록 한다.

사르코지가 강조하는 ‘자율성’은 이런 내용상의 자율권에서 벗어나 대학이 알아서 학생을 선발하고 운영하라는 것이다. 이는 평준화 골간을 깨는 것이다. 이 것이 ‘사회적 저항’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대학개혁에 대한 오해를 낳는 다른 요인은 ‘의도된 잣대’가 아닐까?

프랑스 국민 52%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좌충우돌’ 개혁 추진이 충격적이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한국이 대학개혁을 비롯, 사르코지의 실험에 더 주목하는 양상이다. 그것도 침소봉대해서. 왜 그럴까? 한국에서 프랑스 대학개혁이 떠들썩하게 소개된 때가 정부와 사립대 총장단이 ‘내신 적용 범위’를 놓고 대립할 무렵인 것은 우연일까? 그 속에는 ‘프랑스도 대학에 자율권을 주는데’, 더 나아가 ‘프랑스도 영·미식으로 가는데’라는 메시지가 내포된 건 아닐까? 궁금함은 답답함으로 이어진다.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2007-07-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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