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사라지는 우리말 식물이름
수정 2007-07-07 00:00
입력 2007-07-07 00:00
학명의 경우에는 새로운 연구결과에 의해 두 식물이 같은 것으로 판명되어 하나로 합쳐지더라도 둘 중 하나의 라틴어 학명을 바른 이름으로 쓰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말 이름은 두 식물이 하나로 합쳐진 경우에 혼란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칼잎용담과 큰용담이 같은 종으로 밝혀졌을 때, 학명으로는 먼저 발표된 학명 하나를 선택하여 사용하면 되므로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말 이름은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스럽다. 학명처럼 먼저 발표된 학명을 사용해야 한다는 선취권의 원칙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 친숙하게 불러온 이름을 선취권 때문에 버려야 할 때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굴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등 여러 종류의 참나무속(屬) 식물이 있지만 정작 참나무라는 우리말 이름을 가진 식물은 없는 게 그런 예라 할 수 있다. 괭이눈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가지괭이눈, 산괭이눈, 애기괭이눈, 선괭이눈 등 여러 종류의 괭이눈속 식물이 있지만 괭이눈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은 없다. 괭이눈이라고 부르던 식물이 있었지만, 그때의 학명을 가진 식물이 한반도에 분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괭이눈이라는 우리말 이름은 아예 없어지게 된 것이다.
고깔제비꽃 괭이눈 구슬붕이 귀룽나무 금낭화 깽깽이풀 꽃다지 꽃마리 나비나물 멀구슬나무 물봉선 바위솔 방울꽃 범꼬리 별꽃 병아리꽃나무 병아리풀 산새콩 솔나리 송이풀 수정난풀 애기괭이밥 얼레지 용머리 은방울꽃 제비고깔 족도리풀 종덩굴 쥐손이풀 타래난초 토끼고사리 패랭이꽃 풍선난초 하늘지기 함박꽃나무 함박이 향기풀 히어리….
이들 가운데는 식물 자신의 습성이나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이 있고, 동물과 연관된 이름도 있으며, 사물의 이름과 관련된 것도 있다. 이름이 붙은 유래나 이름이 뜻하는 의미를 새겨보면 우리말 이름은 더 정감이 간다. 이처럼 아름답고 정감 넘치는 우리말 식물이름들이 오랫동안 보전되려면 우리말 이름을 붙이는 절차와 방법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식물연구소
2007-07-0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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