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해도 시원찮을판에 ‘선택’ 바라나”
수정 2007-05-19 00:00
입력 2007-05-19 00:00
“광주의 민심은 싸늘했다” 구혜영기자의 현지르포
해마다 5월이면 정치 각축장이 돼버린 광주. 특히 올해는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범여권으로선 무너진 지지기반과 지지부진한 통합으로 광주에 거는 기대가 각별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러나 새벽 기차로 내려간 광주 그 어디에서도 범여권의 통합 물꼬는 터지지 않았다. 다들 ‘민주세력의 위기’를 말하고 ‘5·18정신은 범여권의 단결’이라면서도 실체는 보이지 않았다. 기대를 모았던 대선주자 원탁회의도 성사되지 않았다. 여전히 대통합과 소통합으로 나뉘어 ‘건널 수 없는 강’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들이 말하는 5월 정신은 뭘까. 탱크를 앞세운 군사권력 앞에서도 피를 흘리며 민주주의를 지켰던 그 정신을 무엇으로 계승한다는 걸까. 주먹밥을 나눠 먹으며 서로를 일으켜 세우던 그 정신을 도대체 무엇으로 이어간다는 걸까. 이합집산, 기득권, 사분오열…. 범여권의 현주소 아닌가.
이날 5·18국립묘지에서 항쟁 27주년 기념식에 참가했던 한 시민의 혼잣말이 가슴을 울렸다. 참석자 모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무렵, 초로의 남자가 “내년 이맘때도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을랑가 모르겄네.”라고 말했다. 항쟁 당시 시민군이었던 강석순(57·운림동)씨였다. 강씨는 “정치적 목표를 두고 싸우면 몰라. 별 차이도 없는 것들이 자리다툼하느라 이 지경을 만들고도 광주의 선택을 기대하다니….”라고 말했다.30여년 동안 택시운전을 했다는 이민천(55)씨는 “합해도 시원찮을 판에 통합하는데 누구는 되고 안 되고 하는 게 어딨어.”라며 분열을 질책했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이날 저녁 호남선에 몸을 실었다. 무거운 마음이었으리라. 진압작전으로 표창을 받았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아직 훈장을 반납하지 않았다.5·18이 국가기념일까지 됐지만 교육부는 광주정신을 ‘항쟁’이라고 가르치면 안 된다고 한다.5월정신의 정통성을 넘겨받은 범여권이 해결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통합과 정권재창출을 말해야 한다. 지난 14일에 문을 연 5·18추모관에는 80년 5월에 멈춰진 시계가 전시돼 있다. 범여권이 지역주의에 편승해, 정치적 고향이라는 안도감에만 젖어 있다가는 금남로의 시계가 다시 2007년 5월에 멈춰설지 모를 일이다.
koohy@seoul.co.kr
2007-05-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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