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이사가 정이사 선임못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2004년 1월 상지대학교 전 이사장인 김문기(전 국회의원)씨가 “임시이사들이 일방적으로 정이사를 선임한 것은 부당하다.”면서 학교를 상대로 낸 이사선임무효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8대5의 의견으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판결로 2003년 말 이사장으로 선임된 서울대 변형윤 명예교수를 비롯해 최장집 고려대 교수,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 9명의 정이사들은 자격을 상실하게 됐다.
재판부는 “교육부가 선임한 임시이사들은 임시적인 위기관리자에 불과해 정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없다.”면서 “임시이사들이 정이사들을 선임하는 내용의 이사회 결의는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김씨 등 구 이사들이 정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이 되살아난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학교 정상화 방법은 정상화가 이뤄지는 시점에 유효한 사학법과 민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일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14년 끈 상지대 분규 재연되나
이에 따라 14년을 끌어 온 상지대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현재의 정식이사(정이사) 체제가 무효화되면서 상지대는 임시이사 체제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학내 분규의 재연 가능성도 높아졌다.
교육부는 개정 사학법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개정 사학법 25조 3항에 따르면 학교가 정상화됐다고 판단하면 관할청인 교육부가 바로 정이사를 선임하게 된다. 반면 25조에는 정상화되지 않으면 다시 임시이사를 파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김 전 이사장이 학교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은 없다. 대법원이 정이사 체제를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그렇다고 정이사 선임 권한을 김 전 이사장에게 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부는 개정 사학법에 따라 상지대에 정이사를 선임하거나, 새로 임시이사를 파견할 전망이다.
●임시이사체제로 복귀 가능성
한편 이번 판결이 최근 임시이사에서 정이사 체제로 전환한 다른 대학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임시이사에서 정이사 체제로 전환한 대학은 고신대와 극동대, 단국대, 상지대, 서원대, 한국외국어대, 한성대 등 7곳. 이 가운데 고신대를 제외한 6곳이 구 사학법에 따라 정 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정병걸 사립대학지원과장은 “이 대학들은 상지대와는 달리 학내 구성원들이 합의를 거쳐 정이사 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천 김효섭기자 patrick@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