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영 기자의 고시 블로그] 고시생 웃고 울리는 ‘노량진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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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4-19 00:00
입력 2007-04-19 00:00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실패하고 고향에 내려갔다가 다시 노량진 고시촌으로 돌아온 박씨. 그는 빨간 트레이닝복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늘 후즐근한 차림이다. 이름은 잘 모른다. 그냥 사람들은 그를 ‘고시원 박’이라고 부른다. 이웃에 사는 ‘창식이 형’은 장수생이다. 고시공부보다는 엉뚱한 사고나 치고 다니는데 더 소질이 있는 듯하다.

요즘 방송사의 모 개그프로그램에서 방영되고 있는 ‘노량진 블루스’라는 코너에 등장하는 두 인물이다. 이 달 초부터 방송되기 시작한 코너가 수험생들을 울렸다 웃겼다 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얼마 전엔 비가 온다며 두 사람이 술을 마셨다. 하지만 술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 때문이다. 이 나이 먹도록 아들의 시험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향에 계신 부모님은 등골이 휜다. 고시원 생활이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 못하는 건 더 고생하는 부모님이 있기 때문이다.

“괜찮아. 시험만 붙으면 다 잘 될거야.”라며 서로를 위로하는 한마디는 고시생의 가슴을 찡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먼저 사법시험에 붙은 친구가 판사에 임용됐다며 파티를 벌였다. 역시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차비라도 하라며 1만원을 전해 주는 친구에게 “우리집은 부산”이라며 택시비로 50만원을 뜯어낼 때는 통쾌함마저 느낀다.

지난 주 9급 국가직 시험이 끝나고 수험생들에게 무엇이 가장 하고 싶은지 물었다. 영화, 데이트, 여행 등 다양한 답이 있었지만 압도적인 대답은 “쉴 틈이 없다. 다음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였다. 국가직 다음으로 가장 큰 경기도 공채가 28일이기 때문이다.

“밖은 봄이 왔습니다. 하지만 고시생에게 봄은 없습니다. 시험 보는 날과 시험을 준비하는 날만 있을 뿐입니다.”



개그프로 주인공의 마지막 내레이션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snow0@seoul.co.kr
2007-04-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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