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자본주의와 자유/밀턴 프리드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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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환 기자
수정 2007-04-13 00:00
입력 2007-04-13 00:00
“정부는 제발 가만히 있어라.”

케인스주의가 득세하던 196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태동시킨 이른바 ‘시카고 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은 이렇게 외쳤다.

지난해 11월 타계한 그는 ‘작은 정부론’의 기수였다.1956년 워바시 대학에서 한 그의 강연내용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와 자유’(밀턴 프리드먼 지음, 심준보·변동열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가 또 다시 나왔다.1962년 첫 출간 당시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이 책은 그동안 18개 국어로 번역됐다. 시장자본주의 관련서적의 고전으로 꼽힌다.

당시 세계경제는 국가자본주의의 폐해로 곪아터질 지경이었던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시카고 대학에서 제자들을 키우며 때를 기다렸다. 이때 양성된 ‘시카고 보이스’들은 세계 각국으로 돌아가 신자유주의를 외쳤다.

밀턴 프리드먼이 예견했던 바였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케인스 학파의 아성은 차츰 무너져갔다. 경기불황 등 병약한 경제에 대한 케인스식 처방은 좀체 먹히지 않았다.

미국의 레이건 정부와 영국의 대처 정부로 대표되는 ‘80년대’에 마침내 케인스학파는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기에는 시장의 덩치가 워낙 커졌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밀턴 프리드먼 이론의 정수가 고스란히 실려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연 정부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살핀 후 이를 토대로 통화정책, 국제무역, 재정정책, 교육제도 차별, 독점 면허제도, 소득분배, 사회복지, 빈곤의 완화 등의 쟁점들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과 시장의 자유를 중시했던 자유시장경제의 수호자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한 바대로 세계 경제는 속속 신자유주의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자유와 확대를 주장했던 밀턴 프리드먼의 철학은 그러나 의문을 남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에도 여전한 국민적 저항은 도대체 무엇인가. 세계화에 발맞추어 무한 자유경쟁 체제로 돌입하는 것은 그의 주장대로 소비자, 즉 개인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 된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성급한 개방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부 산업의 도산이라는 결과는 또 무엇인가.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줄기차게 외치는 주장들이 44년 전에 출간된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그의 탁월한 전망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양극화 등 현대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는 밀턴 프리드먼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신자유주의 경제가 대세로 굳어진 지금, 이 책이 던지는 화두는 적지 않다.335쪽,1만 5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2007-04-1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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