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5%, 10%, 그리고 300%/육철수 논설위원
수정 2007-03-17 00:00
입력 2007-03-17 00:00
게다가 집값 폭등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은 정부는 1주택자에 대한 배려를 절대로 안 하겠단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는 “세금이 버거우면 딴 데로 이사가라.”고 ‘친절하게’ 종용까지 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미실현 이익이긴 해도 강남 등에는 몇년만에 집집마다 수억∼십수억원의 불로소득이 생겼으니 어찌하겠나.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터라, 세법이 있는 한 보유세 중과를 피할 방도는 없다.
종부세로 이 난리를 치르는 것은 지난해 폭등한 집값 탓이다. 은행금리 수준만 올랐어도 이렇게 앓는 소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3∼4년 동안 집값이 어떻게 될지 모르나, 종부세의 완결 연도인 2010년에는 과표 적용률이 100%여서 세금은 계속 더 오르게 돼 있다.
세금이 부자에게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이쯤에서 종부세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은지, 선의의 피해자는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예외를 두면 세법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부동산정책 실패에 일단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종부세의 정밀한 손질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사실 보유세 체감이 크게 늘어난 것은 과거 정부들이 너무 낮은 세율을 적용한 탓이다. 이것을 참여정부가 욕심을 부려서 짧은 기간에 정상화시키려다 부작용이 커진 것이다.
정부는 우선 서민층의 부담을 줄이고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뜻에서 도입한 보유세 상한율부터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현행 재산세의 경우,3억원 미만은 인상폭이 전년 납세액의 5%를 넘지 않게 했다.3억원 이상 6억원 미만은 10%가 상한선이다. 그러나 6억원 이상 종부세 대상은 상한율이 무려 300%여서 한 해에 세금이 두세 배 늘어난다. 이것은 종부세가 부자를 향한 적대적·징벌적 세금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나라를 위해 흔쾌히 내야 할 세금으로 정착시키려면 이런 이미지부터 탈색시켜야 한다. 납세자에게 걸핏하면 모진 소리를 해대는 정부 관계자들의 무분별도 못마땅하다. 그것은 공복(公僕)으로서 세금 내는 국민에 대한 도리도, 예의도 아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03-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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