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 관장’ 다툼 58년째
양 기관의 다툼으로 대체입법이 지연돼 파행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58년이나 된 케케묵은 논쟁’에 대한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신문이 확인한 1949년 제헌의회 속기록에는 법원조직법 제정 과정에서 등기·호적 사무의 관장권을 둘러싼 대법원과 법무부의 치열한 공방이 담겨 있다. 당시 정부는 등기·호적 관장 권한을 법무부가 갖도록 한 법원조직법을 제출했다가 법사위에서 관장 기관을 법원으로 고친 대안에 밀렸다.
국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이승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되돌아갔다가 재의결 끝에 공포됐다.
이번에 발견된 속기록에는 이같은 과정에서 마치 지금 양 기관이 벌이는 공방인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비슷한 주장이 곳곳에 등장한다.
49년7월 열린 임시회의에서 김동원 국회 부의장은 “법무부의 의견은 등기호적은 행정사무라는 것이다. 종래 재판소에서 담당해온 것은 과거 삼권분립이 되지 않았던 시대의 유물이라는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당시 법무부 입장은 지금까지 법무부가 핵심 논리로 들고 있는 삼권분립 원칙과 똑같다.
또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법무부 주장에 대해 “근본적인 헌법의 본의를 오인하는 데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역시 지금 대법원 입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또 같은 해 8월 김 대법원장이 “호적은 사람의 중요한 관계가 담겨 있기 때문에 법관이 감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내용도 현재 대법원 입장과 똑같다.
당시 이원홍 의원이 “정부에서는 법무부 지방국을 둬가지고 과장이 총감독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과거 40년 동안 법원이 감독하고 착오 없이 잘 진행했는데, 어떤 기관을 하나 만들어 가지고는 이와 같은 감독은 하지 못할 것은 사실이다.”고 말한 부분에서는 현재 법무부의 방안이나 이에 반대하는 대법원 논리를 재연한 듯하다.
한편 국회 법사위 1소위는 새 신분등록 제도와 관련, 대법원과 법무부, 민주노동당이 각각 제출한 3개 법안에 대한 심사를 4월까지는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