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망 미비 채무회피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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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섭 기자
수정 2007-03-09 00:00
입력 2007-03-09 00:00
재산을 빼돌리는 등의 채무회피를 막기 위한 ‘채무자 재산명시 및 조회제도’가 겉돌고 있다. 대법원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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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는 민사재판에서 이긴 뒤에도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으면 강제집행으로 채권을 회수한다. 하지만 악성채무자들은 이를 피하려 재산을 숨기거나 제3자 명의로 빼돌린다. 이를 막기 위한 제도가 재산명시·조회제도다. 재산명시제도는 채무자가 판사 앞에서 자신의 재산목록을 제출하는 것이다.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목록에 있는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재산명시 신청은 2938건으로 이중 72.9%인 2179건이 처리됐다. 서울북부지법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3501건의 신청이 들어왔지만 실제로 재산명시가 이뤄진 경우는 16.7%인 326건에 불과했다. 이는 채무자가 법원의 재산명시 송달명령을 전달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산명시 명령은 직접 송달만 가능하다. 우편 등을 이용한 공시송달은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의 실제 주소지를 알아야만 한다. 최근 재산명시 심리에 출석하지 않아 구치소에 하루 동안 수감됐던 박찬종(68) 전 의원도 법원의 송달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었다. 결국 채권자는 채무자의 실제 주소지를 알아내기 힘들어 재산명시제도보다는 사설 신용정보업체 등을 이용하게 된다.

또 허위 재산목록을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2003년 4월 서울서부지법 재산명시 심리에서 자신의 재산은 ‘통장의 29만원’뿐이라고 신고했다. 이후 전씨가 비자금 65억원을 아들에게 주고 서울 서초동에 대지를 소유했던 사실이 밝혀져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는 전씨를 민사집행법 위반혐의로 고소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무혐의 처리됐다. 전씨 외에도 허위 재산목록을 제출했던 채무자들은 채권자에게 빚을 갚기로 합의하는 식으로 처벌을 피하고 있다. 법에는 재산명시 명령을 받은 채무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법원에 출석하지 않거나 허위재산 목록을 제출했을 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채무자의 금융기관별 재산을 확인할 수 있는 재산조회제도도 마찬가지다.2005년 12만 3721건의 재산명시신청이 접수됐지만, 재산조회 신청은 재산명시 신청 건수의 1.6%에 불과한 2036건만 접수됐다. 재산조회 신청이 미미한 이유는 재산명시제도를 거친 뒤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절차상의 문제, 채무자 본인의 금융정보만 확인할 수 있는 데다 각 금융기관별로 각각 신청해야 한다는 방법상의 문제, 각 금융기관별로 5000∼2만원의 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상의 문제 등도 재산조회 신청이 부진한 이유다.



이에따라 대법원은 재산명시·조회제도의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허위 재산목록 작성 등에 대해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 본인만 가능한 재산조회 범위도 가족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07-03-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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