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힘빼기·친노 결집 계산된 ‘폭탄’
박홍기 기자
수정 2006-12-23 00:00
입력 2006-12-23 00:00
그렇다면 왜 이렇게 격한 언급을 쏟아냈을까. 노 대통령은 지난 10일 순방에서 돌아온 뒤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정치권에서 정계개편의 논의 흐름은 여전했다.“국정실패”라는 비판도 거셌다. 임기말이 그렇듯 정국은 대권주자들에게 쏠린 탓에 레임덕으로 보는 시각마저 나타났다. 노 대통령에게는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 답답한 정치상황으로 비쳐졌을 법하다.
노 대통령의 ‘평통 발언’은 이같은 쏠림 현상을 깨는 동시에 정국의 흐름을 흔드는 결과를 낳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른바 ‘뒷방 신세’,‘정치적 소외’에서의 탈출을 겨냥한 셈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평소 생각을 많이 한다. 또 틈틈이 메모한다. 그리고 어느 계기에 생각을 말할지를 안다. 정치적 의제를 설정해 끌고 간다.”고 말했다.‘평통 발언’은 의도된, 계획된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노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메모지를 꺼내 연설 사이사이에 봤다. 관계 비서관들이 준 ‘말씀 자료’를 참고로 스스로 챙긴 주제들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때문에 고건 전 총리에 대한 ‘실패한 인사’라는 노 대통령의 언급이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의 “고 전 총리 자체에 대해 부정적 얘기를 한 게 아니다. 인품이나 역량, 당시 정책성과에 대해 평가한 것은 없다.””는 해명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을 싸잡아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것도 마찬가지다. 전·현직 의장의 통합신당을 향한 연계 움직임에 대한 불편함의 노출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난데없이 굴러온 놈”,“모든 것이 노무현 하는 것 반대하면 다 정의라는 것 아닌가.”라는 등의 직설적 표현, 즉 자기를 깎아내리면서 공격의 강도를 높이는 예의 독특한 화법도 구사했다. 결국 통합신당 추진에 대한 무력화·힘빼기를 통한 친노 등 지지세력의 결집을 염두에 둔 ‘고도의 계산’된 발언인 셈이다.
청와대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답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는 말로 ‘평통 발언’을 해석했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2006-12-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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