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753)-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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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12-12 00:00
입력 2006-12-12 00:00
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10)


사람들은 처음 보는 짐승이라 몰라보았으나 공자는 그것이 곧 기린임을 알았다. 이에 대해 ‘공양전(公羊傳)’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기린이란 어진 짐승이니, 올바른 왕이 있으면 나타나고, 없으면 나타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잡은 짐승을 ‘고라니 같으면서도 뿔이 났다.’하고 말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누구를 위해 나왔느냐, 누구를 위해 나왔느냐.’

그러고는 소맷자락을 들어 얼굴을 닦았는데, 눈물이 옷자락을 적시었다.”

사기에는 이 장면을 약간 다르게 묘사하고 있다.

“서쪽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기린을 본 공자는 말씀하시기를 ‘나의 도는 궁지에 왔다.’고 하면서 또 탄식 섞인 말씀을 하셨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구나.’

자공이 여쭈었다.

‘어째서 선생님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십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을 원망하지 말고 사람을 탓하지 말아야 한다. 아래 것을 배워 위의 것까지 통달했으니, 나를 알아주는 것은 오직 하늘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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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이 잡힌 사건을 두고 흘린 공자의 눈물이나 ‘나의 도는 궁지에 왔다.’라고 말한 공자의 탄식은 모두 어지러운 난세에 잘못 나와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잡히고만 상서러운 짐승 기린을 보고 바로 자기의 운명을 직감한 결과 때문일 것이다.

즉 공자는 자신을 기린과 동일시하였던 것이다. 기린이란 어진 짐승으로, 올바른 왕이 있으면 나타나고, 없으면 숨어버리는 짐승인데, 어쩌다 잘못하여 어지러운 난세에 태어났으므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하찮은 고라니로 취급받듯이 자신도 어지러운 난세에 잘못 태어나 평생 동안 ‘나를 알아주지 않는구나.’하고 탄식하며 궁지에 몰려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던 내용인 것이다.

이 세상에서는 절대로 나의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 마치 난세에 잘못 나와 괴물로 오해받는 기린처럼 자신은 영원히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늘의 뜻이며, 실질적인 생애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때 공자는 ‘나를 알아주는 것은 오직 하늘뿐일 것이다.’라고 못박음으로써 마침내 운명론자로서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음인 것이다.

이러한 운명관의 변화 때문일까. 말년에 공자는 ‘역경(易經)’에 심취하였다.‘역경’은 주나라 초기에 완성되었으므로 ‘주역(周易)’이라고도 불리는 책인데, 동양의 철학정신을 역리(易理)로 논한 글로 자연의 섭리, 만물의 기원, 인생론과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본시는 인간의 길흉을 점치는 복서(卜筮)인 것이다.

공자가 말년에 역을 좋아하여 역을 읽는 사이 책을 엮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사기의 기록은 이러한 공자의 바뀐 하늘에 대한 운명관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한 공자는 하늘에 대해 또다시 한탄하였다고 사기는 기록하고 있다.

“하늘이 나에게 수명을 몇 년만 더 주었더라도 나는 역리를 충분히 연구하여 그토록 큰 잘못이 없도록 할 수 있을 터인데.”

이처럼 제자 자공의 기록처럼 ‘천도’에 대해서는 평생 동안 가르침을 펴지 않았던 공자가 말년에 이르러서 ‘하늘타령’을 계속 부르짖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인 모순인 것이다.
2006-12-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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