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家 ‘법대로 증여·상속’ 속앓이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김경두 기자
수정 2006-09-09 00:00
입력 2006-09-09 00:00
재계에 신세계발(發) 비상이 걸렸다. 신세계그룹 총수 일가가 정공법으로 주식을 자녀에게 넘기고 엄청난 세금을 내겠다고 하자 다른 그룹들도 “우리도…”하며 일단 정도(正道)를 걷겠다는 자세다. 하지만 세금이 문제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몇천억원에서 심지어 1조원대에 이르는 증여세 내지 상속세는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편법 상속을 시도했다가는 자칫 여론의 몰매를 맞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경영권 승계를 앞둔 그룹들이 신세계식 해법을 따를 경우 증여세는 얼마나 될까. 물론 증여시점의 주가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이미지 확대
8일의 상장사 종가와 증여세 최고 실효세율(각종 공제 등을 제외한 실제 적용세율) 35%를 기준으로 보자.

삼성 세금만 1조원 이상

삼성그룹은 세금을 제대로 내고 승계토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건희 회장은 2조 6166억원, 홍라희 여사는 7029억원의 주식을 갖고 있다. 이를 자녀들에게 전부 넘겨준다면 1조 1100억원 정도를 내야한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등 5개사의 주식 2조 3797억원어치를 갖고 있다. 정 회장의 주식을 외아들인 의선씨(기아차 사장)에게 몰아줄 경우, 약 8300억원의 세금이 예상된다.LG그룹은 구자경 명예회장과 아들 구본무 회장 부부가 ㈜LG 등 총 7770억원 어치의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다. 현 시점에서 증여가 이뤄진다면 세금은 2700억원 가량이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롯데제과 등 3개 계열사 주식 5078억원 어치를 갖고 있어 1800억원선의 세금이 예상된다.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부회장은 아버지 정몽근 회장에게서 지분을 몇차례에 걸쳐 넘겨받아 그동안 1100억원의 증여세를 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 시가총액은 2310억원. 장녀 현아(상무보)씨와 장남 원태(부장)씨가 조 회장의 지분을 받으면 증여세는 800억원선이다. 두산그룹 박용곤 회장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도 지분 이양을 앞두고 있다.

재벌그룹 오너들이 갖고 있는 비상장사의 주식을 포함하면 증여세나 상속세로 내야하는 것은 물론 더 늘어난다.

재계 “상속·증여세율 낮춰야”



재계의 떳떳한 경영권 승계를 유도하려면 지나치게 높은 상속·증여세율을 낮춰야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에도 벅찬데 많은 세금을 낸다면 경영권 유지도 힘들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경제조사본부장은 “이번 기회에 증여세율과 상속세율의 구조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편법 상속을 막을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세율만 낮췄다가는 법의 허점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않다.

이기철 안미현 김경두기자 hyun@seoul.co.kr
2006-09-09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