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무허가 시설물 거주자 전입 허용 공방
서재희 기자
수정 2006-08-10 00:00
입력 2006-08-10 00:00
국가인권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가 무허가 시설물에 살고있는 사람의 주민등록 전입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인권위는 인권보호 차원에서 주민의 전입허용을 권고하나 지자체는 불법 조장 및 투기세력의 위장전입 가능성 차단을 위해 허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9일 무허가 시설물이라 하더라도 장기간 실제 거주한 주민에게 주민등록 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서울 서초구청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3월 윤모(49)씨가 “1985년부터 서초구 내곡동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살았는데 서초구청이 수차례 전입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진정한 사건을 조사하고 ‘주민등록법에 따라 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주민등록법에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관할 안에 주소 또는 거소를 가진 이를 등록해야 한다는 규정(6조)과 ▲거주지가 적법한 건축물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또 윤씨는 비닐하우스에서 전기, 전화, 가스, 수도 등 주거 제반시설을 갖추고 20년 이상 실제로 살아온 사실이 확인됐는데, 전입 불허로 실제 주소와 주민등록상 주소가 달라 불편을 겪는 등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고 인권위는 덧붙였다.
그러나 서초구청은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거용지가 아닌 곳에 건물을 짓고 사는 것을 인정하면 불법을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아무 곳에서나 오래 살기만 하면 주거지로 인정받는다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서초구청은 불허의 근거로 ‘지방자치단체의 종합적 판단에 따라 전입 거부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자치행정과 담당자는 “윤씨의 비닐하우스는 개발제한구역 농지에 있는 불법 건축물로 철거 대상”이라면서 “주민등록법만을 따지면 인권위 권고에 일리가 있지만 농지법, 공원녹지법에 따르면 주거지로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판례에도 자치단체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입 허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개발 이익을 얻으려 허위 전입을 하려는 투기 세력 견제를 위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
구청측은 “미개발지가 개발지로 바뀔 때 전입이 되어있으면 입주권 획득이 유리해진다. 다른 구청도 이 때문에 불법 주거지에 대한 전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2006-08-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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