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회 현충일-현충원 나팔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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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준석 기자
수정 2006-06-06 00:00
입력 2006-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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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도시 서울 한 가운데 43만평의 조용한 숲속에 자리한 국립현충원.

일반인들에겐 현충일에나 북적거리는 별 존재감이 없는 곳이지만 전당대회나 선거같은 굵직한 이벤트를 앞둔 정치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김지훈 일병은 국립현충원 군악대 소속 트럼펫 연주자다. 김일병의 부대는 양악대, 국악대(취타대), 팡파르대가 하나의 대대로 이루어져 현충원내에 주둔을 하고 있다. 바깥에서 ‘손님’들이 오면 부대 막사에 대기하고 있던 그는 정복차림으로 현충탑 앞으로 달려가서 진혼나팔을 분다.“연주는 셋이서 하는데 한 명이 솔(낮은 솔)-미-도 하고 연주하면 다른 두명이 같은 선율을 돌림노래로 따라 합니다.” 헌화. 분향행사 외에 각종 국빈행사등에서 활약을 하는 김일병의 일과는 아침 6시 기상나팔로 시작된다. 오전에 그날의 행사지침을 받으면 하루의 대부분을 연습과 대기로 보낸다.“연못과 산책로가 아름다운 현충원이 바로 옆에 있어도 나들이를 못합니다” 갑자기 연락을 받고 행사 출동을 나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고생이 큰 만큼 보람도 크단다.“국가와 국민이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국내최고의 군악대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자신들의 뿌듯함뿐만이 아니라 도서벽지에서 찾아온 어린이들에게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청와대, 전쟁기념관등의 외부행사를 마친 금요일 오후, 김 일병은 오랜만에 현충원 산책을 나섰다. 현충일을 앞두고 국립묘지는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도시락을 먹고있는 유치원생들, 먼저간 전우를 그리워 하며 군가를 부르는이,

장군묘역 주변에 만개한 장미꽃 향기를 맡으며 데이트 하는 청춘 남녀...

그들을 바라보던 김 일병은 문득 자신에게 비치는 따사로운 오후 햇살의 느낌에 감사한다. 또한 이 느낌은 호국영령이 있었기에 가능한것임을 깨닫는다. 현충원에는 6.25전쟁에서 산화한 수많은 영령들의 묘역이 있다.

하지만 50년 세월이 흘러 현재는 발길이 뜸해진 쓸쓸한 모습이다. 그래서 현충원에서는 ‘한사람 한송이 헌화운동’을 하고 있다.

전사자 묘역을 뒤로 한 김일병은 현충원 끝자락에 있는 호국지장사(護國地藏寺)로 발걸음을 옮긴다. 조선후기 재상으로 유명했던 오성과 한음이 소년시절 머물면서 공부했다는 유래가 있는 곳이다.

김일병은 호국영령들께 묵념을 올리고 기도한다. 그리고 이내 트럼펫을 분다.“항상 낭만으로, 싱그러운 향기로, 그리고 정성을 다해 치장한 모습으로

저를 보살피듯이 이 나라도 살펴 주소서”

‘현충원 나팔수’의 진혼곡에 지장사 용마루로 날이 저문다.

글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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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수 많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전체의 형국은 공작이 아름다운 날개를 쭉 펴 고 있는 모습(孔作張)이며, 장군이 군사를 거느리고 있는 듯한 장군대좌형(將軍對 座形)의 명당이다.
국립현충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수 많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전체의 형국은 공작이 아름다운 날개를 쭉 펴 고 있는 모습(孔作張)이며, 장군이 군사를 거느리고 있는 듯한 장군대좌형(將軍對 座形)의 명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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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을 앞두고 묘역을 찾아 선열들의 명복을 비는 유치원생들의 고사리손.
현충일을 앞두고 묘역을 찾아 선열들의 명복을 비는 유치원생들의 고사리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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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동 국립묘지는 민족의 성역이면서 각종 텃새와 철새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도심 속의 유일한 생태공원이기도 하다.
동작동 국립묘지는 민족의 성역이면서 각종 텃새와 철새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도심 속의 유일한 생태공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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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악대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 연습이다. 선후배들이 함께 악보를 보면서 연주준비를 하고 있다.
군악대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 연습이다. 선후배들이 함께 악보를 보면서 연주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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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 내에 있는 사찰인 호국지장사의 이름은 국립묘지에 안치된 호국영령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국립현충원 내에 있는 사찰인 호국지장사의 이름은 국립묘지에 안치된 호국영령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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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 전사자중 시신을 찾지못한 10만 4천여위의 위패가 현충탑 내부에 모셔져 있다. 공군복지단원들이 현충탑 내부를 관람하고 있다.
6·25 참전 전사자중 시신을 찾지못한 10만 4천여위의 위패가 현충탑 내부에 모셔져 있다. 공군복지단원들이 현충탑 내부를 관람하고 있다.
2006-06-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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