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눈물정치/육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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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철수 기자
수정 2006-05-17 00:00
입력 2006-05-17 00:00
아무리 쥐어짜도 거짓으로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감성이 아주 풍부한 배우들조차 우는 연기만큼은 쉽지 않다고 한다. 눈물은 슬프든 기쁘든 억울하든, 감정이입이 완전하고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제대로 나오는 법이다.

눈물도 눈물 나름이겠으나, 하고많은 눈물 중에 유독 정치인의 눈물은 아리송한 구석이 많게 마련이다. 오죽 미덥지 않았으면 ‘악어의 눈물’ ‘쥐약’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학문적 연구대상까지 됐을까. 정치인도 사람이고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흘릴 수 있다. 감정에 충실한 걸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사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정치인의 눈물은 진위는 물론이고 ‘나약하다’는 부정적 이미지와,‘따뜻하다’는 긍정적 이미지 사이에서 늘 논란거리가 된다. 그런 점에서 한번쯤 짚어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듯하다.

눈물로 화제가 된 정치인 중에는 아무래도 노무현 대통령을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겠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후보시절 ‘노무현의 눈물’이라는 광고를 통해 수많은 유권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유권자들은 아마도 심각하고 슬픈 표정과 완벽하게 일체된 그의 눈물에서 진정성을 느꼈을 것이다.2004년 국회에서 노 대통령 탄핵 때 소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은 대성통곡하면서 격렬하게 저항했다. 겉보기에 쇼는 분명 아니었던 것 같다. 이어진 17대 총선에서는 전세가 역전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손발이 부르트도록 표밭을 누비며 읍소했다. 다행히 눈물 덕분에 박 대표는 ‘탄핵풍’의 대손실을 다소 만회했으나, 추 의원은 비참하게 주저앉고 말았다.

지방선거를 보름여 앞둔 지금, 또 ‘눈물정치’가 등장했다. 쪽방촌을 방문한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진대제 경기지사 후보의 모습이 보도사진에 실렸다. 두 후보 모두 외관상 가식적이거나 정략적인 느낌은 없다. 그런데도 정치인의 눈물에 한두 번 속은 게 아닌 터라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눈물을 흘리는 바로 그 순간 그 심정으로 국민의 응어리를 풀어줄 정치인을 기다리는 건 한낱 부질없는 욕심일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6-05-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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