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들 “환율 마지노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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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두 기자
수정 2006-05-11 00:00
입력 2006-05-11 00:00
“답답하다. 답이 없다. 진짜 큰 일이다. 손을 쓸 수가 없으니 더 미치겠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920원대로 추락한 10일 대기업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절박함을 토로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가 마감된 원·달러 환율은 929.60원.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지만 올 들어 두번째로 930원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 등 극소수 대기업을 제외한 모든 수출 기업들이 사실상 ‘환율 임계점’에 이르렀다. 그동안 쌓아온 ‘체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어느 시점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못할 상황에 직면했다. 환율만 봐서는 국내 모든 수출기업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대외 신용 때문에 벌써 ‘출혈 수출’에 들어갔다. 요즘과 같은 환율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수출 포기’라는 극단적인 선택도 나올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가 결국 정부에 환율 대책을 건의했다. 경제5단체는 건의문에서 “환율은 시장경제에 의해 결정돼야 하지만 현재의 환율하락 속도는 수출기업이 감내하기 어려운 한계 수준에 직면했다.”면서 “정부도 기업의 안정적 성장과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창무 무역협회 부회장은 “어느 선까지 환율을 끌어올려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근 중소기업 대상 설문조사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환율이 983원 정도였다.”고 사실상의 환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기업들의 ‘환율 데미지’는 매우 심각하다.5월 평균 환율이 938.32원으로 기업들의 올해 기준환율인 950원을 훨씬 밑돌고 있다. 이는 앉아서 달러당 12원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예측한 제조업의 해외 영업수지 손익분기점 환율은 953원. 지난달 평균 환율이 954.44원 수준이니 이달부터는 사실상 ‘마이너스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기·전자(756원), 철강금속(862원), 화학(927원)을 뺀 전 업종의 손익분기점이 환율 1000원 안팎이어서 앉아서 당하는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내 최고기업인 삼성전자도 최근의 급격한 환율 하락에 당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영업이익 손실분이 2조원에 이른다.LG전자도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6400억∼7000억원을 손해본다. 현대차는 올해 기준환율이 950원으로 지난해(1020원)보다 70원 떨어지면 매출은 7980억원, 영업이익은 5529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 수출업체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원·달러 환율이 이미 ‘수출 불가능 환율’인 928원에 육박하고 있다. 전체 수출의 32%가 중소기업들의 몫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앞이 안 보일 지경이다.



류길상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06-05-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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