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째 거짓말인 세계사 통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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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기자
수정 2006-04-29 00:00
입력 2006-04-29 00:00
루소의 ‘사회계약론’ 서두에는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인용된 구절, 곧 사람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사슬에 묶여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이들은 대부분 이를 ‘사슬을 끊고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뜻으로 알고, 각종 글이나 책에 인용해 왔다.

하지만 그 다음 문장만 읽어도 이같은 인용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 수 있다.‘그것(사슬)이 어떻게 합법적인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따져 보겠다.’는 구절이다. 오히려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타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에 대해 해를 끼치는 개인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역사학자 자크 바전은 그의 평생 역작 ‘새벽에서 황혼까지 1500-2000’(이희재 옮김, 민음사 펴냄)을 통해 서양사에서 이처럼 잘못된 통념을 산산히 무너뜨린다.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다.’라고 했다거나, 사실주의가 낭만주의에 대한 반발로 출발한 사조라는 등 수많은 통념들은 전혀 근거가 없거나 오해의 산물이라는 것. 미국 독립전쟁도 그 지형점은 ‘혁명’이 아니라 단지 ‘반동’이었다고 주장한다. 징세권 문제로 ‘좋았던 옛날로 돌아가자.’고 항거한 것 뿐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립이라는 상황까지 가리라고 생각못했다는 것이다.

1,2권 총 147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서기 1500년부터 500년간 이어진 서양문화의 역사를 펼쳐 보인다. 독특한 점은 그의 시대 구분법.500년 서양사를 종교혁명과 군주혁명, 자유주의 혁명, 사회주의 혁명 등 4차례의 혁명으로 구분한다.

저자에 따르면 16세기 초 시작된 ‘종교개혁’은 ‘이념을 표방한 권력과 재산의 살벌한 교체’인 만큼 개혁이 아닌 ‘혁명’으로 불러야 옳다. 이후 종파들 사이의 끝없는 전쟁은 새로운 질서를 필요로 했고, 여기서 절대권력의 상징으로 군주가 떠올랐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군주의 소유로 남지 않으려는 개인들의 염원은 18세기 말 프랑스혁명을 기점으로 유럽전역의 자유주의 혁명으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날로 심해지는 빈부 격차 앞에서 20세기 초 등장한 것이 사회주의 혁명이다.

저자는 ‘오케스트라’의 도발적인 어원에서 백과전서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그리고 백과사전에 일생을 바친 디드로로 옮아갔다가 다시 디드로가 애정을 쏟았던 미술평론으로 눈을 돌려 로코코 시대를 얘기하는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막힘없이 펼쳐 나간다.

자칫 산만하게 펼쳐질 듯한 이야기들을 저자는 해방, 개인주의, 원시주의, 추상, 분석, 세속주의, 과학만능주의와 같은 핵심 키워드를 통해 일관되게 엮어냈다. 지난 500년 동안 서양문화를 이끈 주요 원동력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명쾌하게 보여주는 책이다.1권 3만 3000원,2권 2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6-04-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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