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시험기관 복제의약품 효능조작 파문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6-04-26 00:00
입력 2006-04-26 00:00
약품 시험기관들이 복제의약품 효능 조사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국내 의약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초래함은 물론 그동안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약을 복제한 카피약 생산에 주력해 온 국내 제약업계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이번 조사 결과는 카피약 효능 조작이 일부 시험기관이나 특정 카피약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미지 확대
시험기관의 모럴해저드

국내 35개 시험기관 중 11개 기관을 우선 선정해 실태를 점검한 이번 조사에서 조작 혐의가 포착된 기관은 조사대상의 90%인 10개 기관이나 된다. 또 시험약품 101개 품목 중 문제가 된 약품은 43개로 42%를 웃돈다.

일부 기관을 대상으로 한 중간 조사에서 90%나 되는 기관이 적발됐다는 얘기는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이 업계 전반에서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시험기관이 생동성 시험을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고 엉터리로 진행하고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의학계 내부에서 흘러나올 정도다.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기관들도 시험조차 하지 않고 시험을 한 것처럼 자료를 꾸미는 등 모럴해저드의 단면을 드러냈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들 기관이 유사한 약품의 생동성 시험을 하다보니 다른 약품의 시험자료를 가져다 결과를 꾸미기도 하고, 시험결과가 좋지 않으면 오리지널약과 효능이 같은 것으로 자료를 수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일부 기관에서는 식약청 조사를 피하기 위해 컴퓨터에 저장된 원본 자료를 파기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다공증 치료제등 부작용 우려 커

생동성 시험의 파행과 조작은 바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로 직결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문의약품의 99.9%가 카피약이기 때문에 의약품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가톨릭의대 임상의학교실 임동석 교수는 “오리지널 약품과 화학적 성분이 같은 카피약이기 때문에 단기간 복용할경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장기간 복용할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면서 “오리지널 약보다 혈중 농도가 낮거나 높거나 두 가지 경우 모두 환자에게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번에 적발된 약품들은 골다공증 치료제 등 몇 년씩 복용해야 하는 약이라는 점에서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 먹는 약조차 믿고 먹을 수 없다며 한탄하는 분위기다. 약사들도 “생동성 시험을 거친 약들은 오리지널 약과 효능이 똑같다는 입증을 거친 약들이라 믿고 대체조제를 해왔는데, 생동성 시험결과를 조작한다면 환자들이 카피약을 어떻게 신뢰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로 타격을 받게 된 제약업체들도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카피약 하나를 허가받을 때마다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시험을 의뢰하는데 이 결과를 조작했다니 시험비용은 비용대로 날리고 제약사 신뢰도마저 추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는 또 전체 카피약 시장이 위축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체를 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관행처럼 만연된 효능 조작을 제약사가 그동안 몰랐었는지, 또 시험기관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생물학적 동등성시험(BioequivalenceTest)

카피약(복제 의약품)이 오리지널약과 같은 효과를 내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다.1989년부터 카피약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해 생동성 시험자료를 반드시 제출토록 의무화됐다. 현재 신약을 복제한 카피약과 45개 성분 제제에 대해서는 생동성 시험이 의무화돼 있다. 지금까지 생동성 인정을 받은 의약품은 총 3907개 품목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2006-04-26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