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돋보기] ‘시장개혁 로드맵’ 종결 앞두고 출총제 다시 논란
장택동 기자
수정 2006-02-20 00:00
입력 2006-02-20 00:00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9일 연 기업투자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 이어 10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15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각계각층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공정위의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올해 안에 끝나는 것을 염두에 둔 기싸움 형국이다. 경제계는 출총제를 폐지하거나 요건 완화를 요구하는 반면, 시민단체는 더 강력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 7개 기업집단 추가 포함될 듯
출총제는 기업집단 총수가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자본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열사가 다른 국내 회사의 주식을 순자산의 25% 이상 갖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자산합계 6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이 대상이다. 적용후 일정 요건(졸업 기준)을 갖춘 기업집단은 제외해준다.
공정위는 오는 4월 자산을 재평가하고 졸업기준 해당 여부를 따져 출총제 적용 대상기업을 조정할 예정이다. 올해는 7개 정도 기업집단이 새로 출총제에 포함될 것으로 재계는 본다. 기존의 졸업기준 가운데 ‘부채비율 100% 이하’ 조항이 폐지되면서 삼성, 포스코, 롯데, 한국전력이 편입되고 자산 6조원을 돌파한 CJ,LS, 대림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위해 완화 vs 실효성 없어 강화
재계에선 적용기준인 자산 6조원이 너무 낮고, 졸업기준은 너무 엄격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한상의는 16일 정책건의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1%(7조 8000억원)나 2%(15조 6000억원) 정도가 적용기준으로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졸업기준 완화 요구와 함께 공적자금 투입기업에 대한 출자는 출총제 적용기준 산정에서 제외해야 외국자본의 인수합병(M&A)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유환익 차장은 “기업들은 출자를 투자의 한 방법으로 보는데 출총제가 출자를 제한해 투자가 줄어든다.”면서 “폐지가 바람직하지만 적어도 졸업기준을 다양화하거나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출자 제한과 투자 감소는 상관이 없으며, 지금도 출총제 예외조항이 너무 많아 실효성이 없는데 이를 더 완화하면 현 정부가 재벌개혁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의영(군산대 교수) 경실련 부위원장는 “출총제가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것은 재계에서 겉으로 내세우는 논리일 뿐”이라며 “실제로는 총수의 경영권 방어에 출총제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며 소버린이 SK㈜ 경영권을 위협한 사건 이후 더욱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출총제가 폐지됐던 1998년부터 2000년 사이 30대 대기업의 자산은 3배 이상 늘었지만 현물 투자는 제자리 수준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상조(한성대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도 “지금도 출총제는 실효성이 낮지만 아쉬운 대로 당분간 더 유지·강화돼야 하는데 이미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진 것 같다.”며 정부의 개혁의지를 비판했다.
●“올해 기준 변경 없을 것”
전문가들은 이처럼 출총제에 대한 논의가 불붙은 것은 2004∼2006년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끝나고 내년부터 대기업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논의가 본격화되기에 앞서 재계의 목소리를 보다 많이 반영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인하대 김진방 교수는 “재계에서 출총제를 이슈화하고 있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영재 연구위원도 “사실 출총제 때문에 제약을 받고 있는 대기업은 별로 없다.”면서 “지금 재계가 공세를 취하는 것은 ‘기싸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올해 안에 출총제 규정을 바꿀 계획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강철규 위원장은 지난 13일 “출총제 졸업기준 기본 틀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로드맵이 차질없이 끝난 뒤 출총제 문제를 새로 구성될 ‘시장경제선진화 T/F’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2006-02-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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