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탐방-지하철 정비24시] 출입문 볼펜장난 ‘비상정차’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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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기자
수정 2006-02-04 00:00
입력 2006-02-04 00:00
‘힘듭니다. 도와주세요.’

지하철 정비 직원들은 승객들과의 보이지 않는 전투를 치른다. 승객들이 쳐놓은 덫을 찾아내 바로잡는 게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전동차가 낡아서 발생하는 고장보다 승객들의 ‘장난’으로 일어나는 문제가 더 많기 때문이다.

정비사들이 부탁하는 지하철 에티켓을 정리한다.

출입문에 이물질 넣지 마세요

중정비를 하려고 지하철 출입문을 뜯어보면 지갑, 볼펜, 책, 우산이 쏟아진다. 전동차 한 대에 평균 사과 1상자 분량이 나온다. 소매치기가 지갑을 훔친 뒤 증거를 감추려 슬쩍 넣기도 하고, 중·고생들이 장난삼아 볼펜을 밀어넣기도 한다. 출입문이 열릴 때 이물질은 안쪽 깊이 밀려 들어가고, 어느 순간 전동차가 멈춰서게 된다.

비상출입문 마구 열지 마세요

전동차가 잠시 멈추기라도 하면 승객들이 종종 비상출입문을 열고 선로로 나온다.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생긴 현상이다. 그러나 비상장치로 출입문을 열고 나면 자동제어 장치가 말을 듣지 않는다. 기관사가 직접 출입문까지 와서 수동으로 공기압을 빼고 닫아야 한다.3분 멈출 것이 5∼10분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게다가 선로로 내려간 승객을 보호하려 전 노선의 차량이 일시에 멈춰서게 된다.

소변 보지 마세요

매일 지하철을 쓸고 털고, 사흘에 한번씩은 물청소도 하지만 소변 냄새를 빼기란 쉽지 않다. 승객이 칸과 칸 사이에서 소변을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청소하기 힘든 곳이라 괴롭다. 그래서 서울메트로는 역내 화장실을 많이 만들었다. 급하면 잠시 내려 볼 일을 보는 게 좋다.

차량기지까지 오지 마세요

취객들이 하루 평균 3∼4명씩 차량기지를 방문한다. 마지막역에서 기관사가 쫓아보내는 데도 어느 틈에 다시 올라탄 이들이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차량기지에서 만취한 승객들을 내보내는 일은 곤욕스럽다. 게다가 전동차가 많이 오가는 곳이라 사고위험이 높다.

아예 한 직원이 밤새 술취한 승객과 씨름하는 경우도 있다. 행패까지 부리면 결국 경찰을 부를 수밖에.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06-02-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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