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세상] 거리공연으로 신장병 어린이 돕는 노래모임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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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 기자
수정 2006-01-31 00:00
입력 2006-01-31 00:00
‘우리 노래가 그늘진 땅에 한 줄기 따뜻한 햇살이 될 수 있다면….’

바쁜 일상 속 마음 한켠에 묻어 두었던 꿈을 찾고자 몇 년째 주말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직장인들이 있다. 살을 에는 칼바람도, 퍼붓는 장대비도 거리공연을 막지 못한다. 공연 수익금은 모두 신장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돕는 데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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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 회원들이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주말 거리공연을 갖고 있다.
그루터기 회원들이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주말 거리공연을 갖고 있다.


거리에서 꿈을 찾다

2001년 결성된 직장인 노래모임 ‘그루터기’. 결성 이듬해부터 5년째 서울 인사동과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 등지에서 주말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 구성원은 한의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시인, 물리치료사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 그저 노래가 좋은 20∼30대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저마다 꿈을 좇는 사람들입니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고민이나 꿈을 뒤돌아볼 여유는 없죠. 한번쯤 뒤를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겁니다.”

회장인 김태성(37·한의사)씨는 포항공대 3학년이던 1990년 학내시위를 이끌었다가 학교를 그만둔 뒤 돌연 극단에 들어갔다. 꿈꾸던 뮤지컬 배우로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서였다. 끼니를 걱정해야 했지만 극단 생활은 즐거웠다. 현재 그루터기의 리드보컬이자 아내인 이선영(34)씨도 이곳에서 만났다.

하지만 갑작스런 아버지의 말기 위암 판정은 일상으로 귀환을 강요했다.10년만의 대입 준비를 통해 97년 경희대 한의학과에 입학했다. 이후에도 노래는 늘 귓가를 맴돌았다. 노래를 통해 뭔가 뜻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회원들을 모았고 2001년 초 ‘그루터기’가 탄생했다. 회원 대부분이 대학 때 사회변혁을 외치던 노래패나 풍물패 출신들이어선지 노래를 통해 이웃을 돕자는 데 쉽게 의견이 모였다. 의욕 하나만 믿고 2002년 4월 거리공연이 시작됐다.

노래는 생활인으로서의 사회변혁

공연을 하다 쫓겨난 게 한두 번이 아니었고 추위에 곱은 손으로 기타를 치고 소낙비에 흠뻑 젖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노래하는 기쁨을 꺾지는 못했다.

도와줄 대상으로 신장병 환자들을 선택했다. 백혈병이나 소아암 등에 비해 신장병은 사회적 지원 체계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4∼5시간 공연을 통해 모이는 수익금은 월 40만∼50만원 수준. 하지만 5년간의 활동은 어린이, 학생, 외국인 노동자 등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큰 보탬이 됐다. 최근엔 어린이들을 후원하겠다며 돈을 보내는 개인회원을 20여명이나 확보했다. 다음달 25일에는 성균관대에서 실내 공연을 할 계획이다.

“대학시절 외치던 사회변혁이 높은 이상이라면 지금 저희는 작지만 현실적인 실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안한 나무 그루터기 있잖아요. 몇 사람이 쉬고 갈 수 있을진 모르지만 편안한 그루터기가 되는 게 우리의 바람이죠.”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6-01-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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