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플레이볼] 프로야구 커미셔너의 조건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5-12-06 00:00
입력 2005-12-06 00:00
1993년 초 새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를 찾기 위한 위원회가 구성됐다. 자천타천의 신청서들이 매일 수십통씩 커미셔너 사무국으로 몰려들었다. 그 가운데 조지아주 마리에타에서 보내온 에리카 시트코프란 사람의 자기 소개서도 있었다.

이미지 확대
“나는 커미셔너를 맡고 싶습니다. 나는 야구 경기에 대해 순수한 애정과 지식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또 나는 그 자리를 맡으면 무보수로 봉사할 예정입니다. 나는 야구에 대한 기사를 매일 읽고 있으며 야구에 대해 아주 이해가 깊습니다. 학교 성적도 항상 최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내가 커미셔너로서 내리는 모든 결정은 ‘야구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될 것입니다. 과거의 어느 커미셔너보다 구단주들과 화목한 관계를 유지할 자신이 있습니다. 내 최대 장점은 리더십과 조직력입니다.”

선정위원회를 구성한 직후 위원들은 커미셔너는 다음과 같은 자격이 필요하다고 발표했었다.“전략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이 있어야 함. 탁월한 상품 기획력과 추진력이 있으며 명석하고 분석적인 두뇌의 소유자.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과 함께 카리스마가 있고 다정다감하며 따뜻한 성품의 인물로서 유머 감각이 있어야 함. 역동적이고 자신감을 가져야 하며 앞장설 줄 아는 사람으로서 혁신적인 사고력과 적극적이며 강한 성격이어야 함. 언론관계를 다뤄본 경험이 있어야 하며 가장 중요한 점은 ‘야구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능력이 있어야 함.”

시트코프는 구단주들이 정한 기준에 어긋나는 점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중학교 졸업반이었다.

커미셔너 추천위원회는 직접 후보를 찾기도 했다. 후보로 추천을 해준다는데도 거절한 인물은 두 명. 걸프전의 영웅인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과 텍사스 구단주이며 대통령의 아들이던 조지 W 부시. 부시가 거절한 이유는 텍사스 주지사 출마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헤드 헌터 회사까지 동원된 심사 끝에 후보는 105명으로 추려졌다. 이 안에는 시트코프도 포함됐다. 코미디라고? 이보다 더 큰 코미디는 1년 뒤에 나왔다. 마지막에는 후보가 두 명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구단주들은 만장일치로 적임자가 없다며 직무대행 체제를 계속 유지한다고 결정했다.1년 동안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커미셔너 찾기 소동은 결국 구단주 출신인 버드 셀릭 대행 체제를 유지하며 커미셔너를 공석으로 남겨두는 데 대한 비난을 잠재우려는 쇼였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구단주들의 이익을 위해 구단주들이 뽑는 자리다. 그러면서도 정작 노사 문제처럼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간섭도 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따라서 팬이나 선수의 이익과는 상관이 별로 없다.



다만 한국은 워낙 인프라가 열악해 팬이나 선수의 이익과도 관계가 있다. 따라서 열정과 각오가 시트코프 이상은 돼야 한다.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2005-12-06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