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리는 퇴직연금 시대] (6)미흡한 정책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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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운 기자
수정 2005-11-10 00:00
입력 2005-11-10 00:00
퇴직연금 시행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연금제도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근로자들로부터는 외면을 받는 것 같다.

‘생소한 개념을 자세한 정책홍보도 없이 갑자기 도입하고, 현행 퇴직금 제도보다 나은 점이 뭔지 모르겠다.’는 게 근로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기업측도 노사협상의 새 쟁점이 될 수 있고, 재정부담도 늘지 않을까 우려하며 주위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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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으로 돈벌이 싫어

포스코는 최근 퇴직연금과 현행 퇴직금의 비용부담을 어림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서로 큰 차이가 없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도입에 대해 되도록 직원들의 뜻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남녀 근로자 1만 8000여명의 대표인 근로자위원회가 이와 관련된 ‘노경(勞經)협의회’ 개최를 요구하면 구체적인 도입 일정 등을 함께 짜기로 했다.

그러나 9일 현재까지 근로자들로부터 아무런 요구가 없어 일단 다음달 1일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근로자위원회 관계자는 “현재로선 퇴직연금에 대해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사측 관계자도 “퇴직연금이 대세라면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도입을 서두르겠지만 그렇더라도 퇴직금은 안정성이 우선인 만큼 확정급여형(DB)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000년부터 대리급 이상 직원에 대해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평균 급여는 최상위권 수준이다.2002년부터는 매년 직원들에게 자사주 구입도 지원하고 있다. 직원들은 평균 4600여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퇴직금으로 ‘재(財)테크’까지 하겠다는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자금난에 적립금 부담까지

삼성전자, 현대건설, 대우조선 등 다른 대기업들의 입장도 포스코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노조와 협상해 결정할 문제지만 노조에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특별히 준비했거나 염두에 둔 방안은 전혀 없다.”면서 “노조도 그렇지만 회사도 별로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반응은 중소기업이 더 심한 편이다. 코스닥 벤처기업 웹젠 관계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종업원 수가 230여명인 체인점 전문업체 제너시스는 우선 퇴직금 담당자가 정책설명회에 참석, 개념과 의미부터 파악한 뒤 다음달 중 직원 설명회를 갖고 퇴직연금 채택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기로 했다. 제너시스 관계자는 “중소기업으로선 재정 부담도 큰 문제인데, 아무런 정보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영세 중소업체들은 퇴직연금제를 도입하면 회사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급여 충당금을 관행적으로 기업운영비로 쓰기 때문에 이를 외부 금융기관에 맡기는 게 쉽지 않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도입하려면 기존 퇴직금보다 ‘유인 혜택’이 커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면서 “내년 1월에 당장 도입하는 기업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GM의 파산 위기를 불러

실제 퇴직연금제도가 보편화된 미국에서도 제너럴모터스(GM)가 2001년 이후 증시에서 상당한 규모의 평가손실이 발생, 퇴직연금 지급액 200억달러 정도의 결손이 생겼다. 부족분을 다음 회계로 넘기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으나 퇴직연금이 최근 GM 파산설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기존 퇴직금에 대한 법인세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 “퇴직연금, 세제혜택 감축 등이 불황을 겪는 기업에 총 8조원의 추가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자산운용 백경호 대표는 기업이 퇴직연금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연금 개념의 생소함 ▲미래예측의 불확실성 ▲원만한 노사합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2005-11-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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