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흑골/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수정 2005-10-27 00:00
입력 2005-10-27 00:00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할머니의 묏자리에 이르자 미리 연락한 탓인지 봉분은 모두 파헤쳐져 있다. 작업인부가 고무장갑을 끼고 개장된 묘터로 들어선다. 썩어 무너진 관을 뜯어내니 검은 색 천조각이 어지러이 널려 있다. 인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이건 머리’‘이건 다리뼈’하면서 종이상자에 뼈를 추려 담는다. 뼈라기보다는 차라리 숯덩이에 가깝다. 끈질긴 풍상도 미처 수습하지 못한 잔해다.
공원묘지 안 간이 화장장에서 이승에서의 마지막 불꽃을 쬔 유골은 비로소 잿빛이 감도는 백색을 되찾았다. 이어 절구통에서 고운 가루가 되어 아내의 손에 건네졌다. 그러곤 영겁의 골짜기로 사라져 갔다. 긴 침묵과 함께.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5-10-27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